남북 '정보라인' 한자리에…현안 일거타결 의지 반영

입력 2000-09-13 19:10수정 2009-09-22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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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용순(金容淳)노동당 대남담당비서의 남한방문 행사에는 남과 북의 '정보 담당자'들이 대거 얼굴을 공개한 행사라는 점에서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남과 북의 실질적인 비선(秘線)조직이 '음지(陰地)'에서 벗어나 '양지(陽地)'에서 공개 대면한 전례가 없었던 것.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던 이들이 이번 행사에 드러내놓고 자리를 함께 한 것은 남북관계에서 풀어야 할 고리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남측에서는 국가정보원 임동원(林東源)원장을 필두로 대북관련 부서의 책임자인 김보현(金保鉉)3차장, 서영교(徐永敎)대북전략국장, 서훈(徐勳)과장 등 핵심라인이 통째로 동원됐다. 북측에서도 노동당 대남사업담당부서인 김용순 통일전선부장을 비롯해 임동옥 제1부부장, 박성천 당중앙위 과장, 권호웅 당중앙위 지도원 등 북측 대남사업의 핵심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임동원원장과 김용순비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남북관계 전반을 이끄는 총사령탑. 서훈과장과 권호웅 지도원은 '베이징(北京) S 라인'이라는 암호명으로 중국 각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서로 비공개 접촉을 통해 정상회담 준비접촉을 포함한 각종 실무협상을 타결시킨 '손과 발'이다.

서과장은 2차 장관급회담이 난항을 거듭하던 1일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이 함경북도에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 단독 배석해 기록을 맡았었다. 권지도원은 권민(權珉)이라는 가명을 사용하면서 현대의 금강산관광사업 등 각종 남북경협과 차관급회담 대표, 정상회담 준비접촉 대표에 나섰던 북한의 대표적인 차세대 회담일꾼. 정부 당국자는 "장관급회담 합의과정에서도 이들이 주로 사전조율을 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임동옥제1부부장은 그동안 임춘길(林春吉)이라는 가명으로 각종 남북회담에서 얼굴을 내밀었던 인물. 현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남북고위급회담에서도 총리 책임보좌관 등의 직함으로 북측 대표단을 실질적으로 통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평소 뒤로 한발 물러서 각종 회담과 남북간의 협의사항을 통제하던 이들이 전면에 등장한 것은 적십자회담과 경의선 실무위원회 개최일자를 합의하지 못해 정체되는 인상을 주던 남북간의 현안을 일거에 타결하겠다는 양측 정상의 입장을 강하게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이들이 이제 남북관계를 주변의 방해세력없이 본격적으로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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