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축원 시]안도현/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 입력 2000년 8월 13일 18시 15분


어제도 나는 강가에 나가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당신이 오시려나, 하고요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는 말은 가슴으로

눌러 두고

당신 계시는 쪽 하늘 바라보며

혼자 울었습니다

강물도 제 울음소리를 들키지 않고

강가에 물자국만 남겨 놓고

흘러갔습니다

당신하고 떨어져 사는 동안

강둑에 철마다 꽃이 피었다가 져도

나는 이별 때문에

서러워하지 않았습니다

꽃 진 자리에는 어김없이

도란도란 열매가 맺히는 것을

해마다 나는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이별은 풀잎 끝에 앉았다가 가는

물잠자리의 날개처럼

가벼운 것임을

당신을 기다리며 알았습니다

물에 비친 산 그림자 속에서

들려오던

그 뻐꾸기 소리가 당신이었던가요

내 발끝을 마구 간질이던

그 잔물결들이 당신이었던가요

당신을 사랑했으나

나는 한 번도 당신을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고

오늘은 강가에 나가 쌀을 씻으며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 밥 한 그릇 맛있게 자시는 거

보려고요

숟가락 위에 자반 고등어 한점

올려 드리려고요

거 참 잘 먹었네,

그 말씀 한 마디 들으려고요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이산가족 상봉 축원 그림▼

생명의 노래-기쁜날·상서로운 날/ 김병종

◆안도현 시인 약력

39세. 경북 예천 출신으로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모닥불’ ‘그리운 여우’ ‘그대에게 가고 싶다’, 산문집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사진첩’ 등이 있다. 1996년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 1998년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