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 2차회담전 환담록]

  • 입력 2000년 6월 14일 19시 33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14일 오후 3시부터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대통령은 백화원 영빈관 1층 ‘차현관 출입문’에서 2시56분에 미리 나와 1분 가량 기다렸다가 57분경 들어서는 김국방위원장을 맞았다.

김위원장은 복도에서 김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하며 “편히 주무셨습니까”라고 큰 목소리로 인사했고 김대통령은 조용한 소리로 “잘 잤습니다”고 대답했다. 두 사람은 본격 대화로 들어가기 전에 4분여 동안 공개적인 환담을 가졌다.

▽김위원장〓오늘 피곤하지 않으셨습니까.

▽김대통령〓괜찮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위원장〓약속한 대로 찾아뵙는 게 좋지 않습니까. 암만 대우 잘해도 제집보다 못하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두 사람은 폭 3m 가량 되는 책상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김위원장〓오늘 일정이 아침부터 긴장되게(힘들게) 했습니다.

▽김대통령〓여기저기 많이 다녔습니다.

▽김위원장〓잠자리는 편하셨습니까.

▽김대통령〓예. 한국에서 한번 꼭 가봤으면 하던 옥류관에서 냉면도 먹고….

▽김위원장〓아침 오전 회담이 너무 늦어놓으니까, 급하게 자시는 국수는 맛이 원래 없습니다(옥류관 냉면먹은 것 지칭). 앞으로 시간여유 많이 갖고 천천히 드시기 바랍니다. 평양시민들은 대단히 흥분상태에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이렇게 직접 방북의 첫길, 정말 용단을 내리셔서 이렇게 오신 것에 대해 우리 인민들은 뜨겁게 마중했는데 인사차림이 잘 됐는지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김대통령〓과분하게 환대해주신 것 감사합니다. 위원장께서 직접 공항으로 마중 나오시고 한 것을 남쪽에서도 보고 다들 놀라고 있습니다.

▽김위원장〓남쪽 텔레비전을 어제 밤늦게까지 오랫동안 봤습니다. 남쪽 MBC도 보고…. 남쪽 인민들도 아마 다 환영하고 특히 실향민, 탈북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이번 기회에 고향소식이 전달될 수 있지 않나 하면서 속을 태웁디다. (옆에 앉은 김용순위원장에게) 실제로 우는 장면이 나오더라니까.

▽김대통령〓(프레스센터에) 외국기자들도 수백명이 모이고, 기자들 1000여명이 기립박수 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공항에서 악수하는 장면에서….

▽김위원장〓제가 무슨 큰 존재라도 됩니까. (공항 간 것은) 인사로 한 것뿐인데. 구라파 사람들은 나보고 왜 은둔생활 하느냐, 처음 나타났다고 그러는데 나는 그동안 중국, 인도네시아에도 비공개로 많이 갔다왔어요. 김대통령이 오셔서 은둔에서 해방됐다고 그래요. (큰 웃음)

▽김대통령〓음식이 참 좋습니다.

▽김위원장〓지금(지난번에) 중국 갔더니 김치가 나오는데 한국식 김치가 나와서 남쪽 사람들 큰일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쪽 사람들이 김치를 (세계에) 소문나게 하고 다시 일본에서 기무치라고 하는데 북조선 김치가 없어요. 남조선 김치는 좀 짜고 북조선 김치는 물이 많이 들어가는 차이가 있어요.

(두 정상은 이 같은 내용의 환담을 마친 후 정상회담에 들어갔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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