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평양 ‘하늘길’62분]“핸드오프” “라저” 첫 관제이양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17분


“핸드 오프(Hand off·우리 공역을 넘었다·남측).”

“라저(Roger·알았다. 인수하겠다·북측).”

13일 오전 9시54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는 순간 대구항공교통관제소(ACC)와 평양ACC 사이에는 이 같은 남북간 첫 교신이 이뤄졌다.

이날 서울∼평양간 전용기의 비행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규정에 따라 남한 비행정보구역(FIR)에서는 대구 ACC가, 북한 FIR에서는 평양 ACC가 관제했다.

당초 전용기는 서해 공해상으로 나가 북상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경우 대구ACC∼중국 선양(瀋陽)ACC∼평양ACC 순으로 관제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 때문에 남북 양측이 중국 FIR로 들어가기 직전 북상하는 항로로 최종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전용기의 비행은 ICAO 규정에 따라 이뤄졌지만 이를 엄호하는 우리 공군 전투기들과 군 당국은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용기가 서울공항을 이륙한 것은 오전 9시18분. 이 순간 충주비행단에서 떠오른 F16전투기 편대와 원주 및 수원비행단에서 출동한 F5 전투기는 만의 하나 있을지 모르는 위기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전용기를 엄호했다.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에는 조영길(曺永吉)합참의장 등 위기조치반 장병 40여명이 모니터를 통해 전용기와 엄호전투기들의 행적을 쫓았다. 오산 중앙방공통제소(MCRC)도 김대욱(金大郁)공군작전사령관을 비롯한 장병들이 전용기와 전투기의 항로를 계속 추적했다.

전용기가 9시54분 NLL을 넘어서면서 엄호 비행하던 전투기들은 소속기지로 귀환했으나 합참 지휘통제실과 오산 MCRC에선 전용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안착한 10시20분까지 62분간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황유성기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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