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김정일위원장 어록 '讀解'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17분


“자랑을 앞세우지 않고 섭섭지 않게 해드리겠다.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도덕을 갖고 있다. 예절을 지킨다. 공산주의자도 도덕이 있고 우리는 같은 민족이다. 지금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왜 방북했는지, 김위원장은 왜 승낙했는지는 의문부호다. 2박3일 동안 대답을 해주는 사업에 김대통령뿐만 아니라 장관들도 기여해주기를 부탁한다.”

13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발언 중 핵심적인 내용이다. 김위원장은 또 김대통령과의 ‘승용차 회담’에서는 94년 당시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김일성(金日成)주석 사이에 예정됐던 남북정상회담을 거론하기도 했다.

다음은 북한문제 전문가들이 분석한 이날 김정일위원장 어록 ‘독해(讀解)’.

▽전현준(全賢俊)통일연구원 연구위원〓‘섭섭지 않게 해주겠다’는 뜻은 이산가족문제 등에 대해 뭔가 선물을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말은 민족화합 등의 문제에 대해 한번 합작품을 만들어보자는 것으로 비쳐진다. 이 같은 발언은 전반적으로 회담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94년 예정됐던 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을 김주석의 유훈을 실천하는 연장선상에서 하겠다는 뜻으로 보여진다. 그 때 정상회담의 주제가 통일문제인 만큼 아버지의 유훈을 이어받아 이번 정상회담에서 통일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잘 풀어보자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송영대(宋榮大)전통일부차관〓전반적으로 쌍방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대해 합의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우리도 양보할 뜻이 있으니 남측도 성의를 표시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산가족과 경제협력 등의 분야에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내비친 것 같다.

‘섭섭하지 않게 하겠다’가 북측의 양보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라면 ‘장관들도 기여해주기를 바란다’는 말은 남측도 이번 회담에서 여러 현안에 대해 양보하는 등 성의를 표시해야 한다는 말로 풀이된다. 협상인 만큼 ‘호양(互讓)’의 정신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는 뜻이다.‘예절’과 ‘도덕’을 특별히 강조한 것은 북한이 외부에 알려져 있듯이 결코 ‘테러국가’가 아니고 평화를 지향하는 체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94년 예정된 정상회담을 꺼낸 것은 좀 더 일찍 정상회담이 있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이뤄져 남북관계 개선이 늦어졌으며, 지금이라도 정상회담이 이뤄져 다행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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