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연기된 남북정상회담]정부-여야 반응

  • 입력 2000년 6월 11일 19시 42분


남북정상회담이 하루 늦춰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11일 정가는 크게 술렁였다. 정부와 민주당은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것”이라며 애써 덤덤해 했지만 자민련과 한나라당은 “다른 사연이 있는 것 아니냐”며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 “회담 연기가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회담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평소대로 회담기간 동안 각 부처별 비상근무태세를 점검.

특히 외교통상부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각국 대사관에 회담 연기 사실을 통보하면서 “북측의 기술적 문제로 연기되는 것일 뿐 회담 진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

통일부 김형기(金炯基)통일정책실장은 “과거 고위급회담 때도 대표단 출발 직전에 북측의 요청으로 회담이 연기된 적이 있다”며 “회담일정이 하루씩 순연 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서리도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마련된 상황실을 찾아 관계자들을 격려.

○…민주당 역시 “회담 연기는 순수하게 기술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정상회담의 진행에는 크게 달라질 게 없다”며 이와 관련된 근거 없는 추측을 경계. 민주당은 특히 회담 연기와 관련한 논평 등이 야당에 공연한 논란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가급적 이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모습.

○…반면 한나라당은 회담 연기 소식을 접한 뒤 기다렸다는 듯, “국가의 위신과 명예가 무시되는 굴욕적인 일을 당했다”며 ‘이면합의 불발설’‘북측의 전략적 연기설’ 등을 제기.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정상 회담 추진 과정에서 남북한 사이에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여러 추측이 있었는데 이번 일정 변경이 이와 관련됐을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면서 “정상 회담을 통해 최대한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북측의 전략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고 주장.

당내 남북관계특위 간사인 이한구(李漢久)의원도 “국가원수를 초청하면서 상대방에 공식일정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가 회담을 이틀 앞두고 연기를 통보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어처구니없다는 반응. 다만 한나라당측은 문제 제기가 ‘재 뿌리기’로 비쳐질 것을 우려한 때문인지 “야당으로서 건전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이지 결코 정상회담의 의미를 훼손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다”고 뒤늦게 해명.

자민련 김학원(金學元)대변인은 “많은 준비기간과 사전접촉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준비가 미흡하다는 것은 유감”이라며 “양측은 보다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짤막하게 논평.

<공종식·부형권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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