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낙선자들 '공직 경쟁'…JP집 드나들며 신경전

  • 입력 2000년 6월 7일 19시 27분


요즘 자민련 당사엔 난데없는 활기가 돌고 있다.

총선 참패 이후 얼굴도 비치지 않던 전직의원이나 원외위원장들이 당사를 찾는 일이 부쩍늘었다.

특히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신당동 자택을 수시로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아예 하루종일 눌러앉아 있는 사람들까지 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갑자기 신당동에 ‘복덕방’을 차리기라도 한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런 갑작스러운 활기의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민주당과의 공조복원에 따라 각료직 몇 자리는 물론 정부 산하단체장 등에 자민련 인사가 배려될 것이라는 낙선인사들의 기대감 때문이다. “총리인준이 언제 끝나느냐” “자민련은 경제쪽을 맡는 것이냐”는 이들의 관심사항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한 낙선인사는 “JP가 얘기한 ‘실사구시(實事求是)’가 뭐겠느냐”며 ‘자리 탐’을 숨기지 않았다.

현역의원이나 당직자라고 예외는 아니다. 당장 함석재(咸錫宰)사무총장이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고 싶다”며 간접적인 사의표명을 했고 이규양(李圭陽)수석부대변인이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의 1급비서관으로 내정됐다. 벌써부터 모부총장은 정부 산하단체장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소문이 나돈다. 이 때문에 “이게 침몰 직전, 쥐떼의 움직임이 아니고 뭐냐”는 한탄들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는 근본적으로 당 지도부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서리가 당 총재직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나 김종호(金宗鎬)국회부의장이 총재직무대행을 계속 맡는 등 ‘부적절한 감투겸직’이 유행하면서 “윗물, 아랫물 할 것 없이 모두 뻔뻔해졌다”(한 당직자)는 것이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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