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강창희총장 설전]"黨위해 동의…누가 공조한대?"

  • 입력 2000년 5월 22일 23시 23분


자민련 이한동(李漢東)총재의 국무총리직 지명과 관련해 “별 소리를 다해도 나는 할말이 없다”던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의중’이 22일 오전 첫 비행기로 JP의 휴가지인 제주 중문단지 롯데호텔을 찾은 강창희(姜昌熙)사무총장의 전언을 통해 공개됐다.

강총장은 JP와의 30여분에 걸친 길지 않은 면담 내용을 기자들에게 소개하며 “도대체 필로소피(철학)가 틀려서 얘기가 안되더라. 상식이 비상식에 눌리는 판이니…”라며 한탄했다. 다음은 강총장이 전한 JP와의 단독면담 대화록.

▽JP(강총장이 JP방에 들어서자마자)〓왜 왔느냐. 총리문제 때문에 온 모양인데 내가 동의를 했어. 묵시적 동의를 했어. 당을 위해서 한 거야.

▽강총장〓당을 위해서는 이총재가 당에 남아서 당을 추스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건 당이 망하는 길입니다.

▽JP〓왜 그렇게 외곬으로, 좁게만 생각하느냐. 더 넓게 보면 되지 않느냐. 그게 당을 아끼고 위하는 길이야. 그런 문제를 일일이 상의할 수는 없는 문제 아닌가.

▽강총장〓이총재를 총리로 보내는 것은 당의 진로와도 관계되는 문제입니다. 이총재의 총리직 수락은 민주당과의 공조 재개로 해석됩니다.

▽JP〓누가 공조한다고 그랬느냐. 꼭 그렇게만 생각할 것은 아니다.

▽강총장〓총리직 수락이 공조가 아니고 뭡니까. 민주당이 코를 꿰어놓으려는 건데…. 또 지난 선거 때 한 얘기(공조파기 야당선언 등)도 있는데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우리가 왜 야당선언을 했습니까. 그렇게 민주당에 당해놓고도 그러십니까.

▽JP〓그건 당신보다 내가 더 많이 당했지 않았는가.

▽강총장〓앞으로 당을 어떻게 할 겁니까. 명예총재께서 당에 총재로 내려올 겁니까.

▽JP〓그건(총재) 안한다. 당에서 상의해서 총재를 정하면 된다.

▽강총장〓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대책이 없는 것 아닙니까.

▽JP〓왜 대책이 없다고만 하는지 모르겠다.

▽강총장〓나는 이총재의 총리직 수락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사람이니 더 이상 총장직에 있을 수 없습니다. 서울에 올라가서 사의를 표명할 겁니다. 그 이후 거취는 신중히 검토하겠습니다.

▽JP〓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자네가 총장을 그만두면 더 큰 일이 생기는데…. 이럴 때일수록 잘해 보자.

▽강총장〓더 이상 당을 추스를 수 없습니다. 어쨌든 알겠습니다. 서울에 올라가겠습니다.

강총장은 면담을 끝나자마자 서울로 전화를 걸어 보좌관에게 “총장 사직서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그는 자민련 탈당 등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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