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영수회담/대화록]"여야 모두 공정히 대할것"

  • 입력 2000년 4월 24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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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24일 낮 12시부터 1시간 45분간 청와대에서 단독 오찬을 가졌다. 이날 회담은 주로 이총재가 준비된 내용을 먼저 얘기하면 김대통령이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됐으며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다음은 박수석과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이 밝힌 내용을 재구성한 대화록.

▽김대통령〓새 정치의 패러다임을 만들어가자. 이를 위해 여야간 신뢰구축의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특히 15대 국회 때 정치가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은 이유로 꼽히는 폭로 및 대결정치 같은 것은 지양돼야 하겠다. 나도 대통령으로서 모든 국사를 공정히 집행해 나갈 것이다. 여야는 국정을 함께 담당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대통령으로서 여야 모두 공정히 대할 것이다.

▽이총재〓국민대통합과 ‘상생(相生)의 정치’를 위해서는 여야간 불신과 대결의 관계를 지양하고 서로 존중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국민대통합과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이를 위해 집권여당이 먼저 할 일이 있다. 지역편중인사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의 핵심요직, 공기업 산하단체 출연단체에 대한 인사탕평책이 요청된다. 또 주요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지역차별금지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김대통령〓과거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본다.

▽이총재〓여권에서 인위적 정계개편을 시도한다면 국민의 뜻에 역행하는 것으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김대통령〓인위적 정계개편을 할 생각이 없다. (과거에 있었던 인위적인 정계개편 사례를 거론하며)지금의 한나라당이 그렇게 해왔었다. 그러나 대화와 협력, 정책경쟁을 한다면 그런 인위적 정계개편은 필요없으며 할 생각이 없다. 대신 이총재도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해 달라.

▽이총재〓우리 당은 국민이 선택한 양당구도 아래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하고 올바른 방향이라면 국정운영에 적극 협력할 용의가 있다.

▽이총재〓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갖게 된 것을 환영한다. 회담의 성공을 기대하고 이산가족 상봉과 실향민의 고향방문이 실현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 다만 총선을 사흘 앞두고 서둘러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해 선거에 이용한 것은 수긍할 수 없는 일이었으며 회담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지금까지 북한은 정상회담 조건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일 공조포기, 주한미군 철수 및 친북 단체인사의 활동보장 등을 주장해왔는데 이런 조건을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국민적 의혹이 있으므로 이 점을 분명히 밝혀주길 바란다.

▽김대통령〓3일 전에 발표해서 몹시 놀라고 분격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우리도 총선 후에 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북한이 갑자기 6일에 만나서 남북정상회담안을 수락하겠다고 해서 빨리 발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총선에 이용하려고 한 것은 절대 아니다. 소위 말하는 이면합의는 전혀 없다.

▽이총재〓정상회담에서 적어도 세 가지 원칙, 첫째 우리의 국가안보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며, 둘째 상호주의원칙을 지키고, 셋째 국민세금이나 재정부담이 되는 지원협력은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특히 대북지원을 군사용으로 전용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요구해야 한다.

▽이총재〓이번 총선은 여권에 의한 관권 금권이 난무한 선거였다. 대통령으로서 최소한 이에 대한 유감표시와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또 16대 총선 선거사범의 처리는 반드시 공정하고 엄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국회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

▽김대통령〓이번처럼 금권 관권이 개입되지 않은 선거도 드물다. 많이 개선됐다. 앞으로 검찰이 수사하고 있으니 지켜보자. 병역비리조사를 선거 전에 한 것도 시민단체들의 요구로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선거에 이용하지도 않았고 할 생각도 없었다. 이 문제는 국회에서 논의돼야 할 부분이므로 국회로 넘기자.

▽이총재〓16대 국회는 민생안정과 경제 살리기를 위한 여야간 정책경쟁의 장(場)이 돼야 한다. 또한 선거기간 중 등한시했던 민생문제를 비롯해 구제역 산불 등 재난대책을 추진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하는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 당은 개혁입법에 적극 협조하겠다. 이번 총선과정에서 여야가 공약한 사항들을 실천하기 위해 여야 정책협의체를 구성하자.

▽김대통령〓개혁입법을 계속 추진하고 이번 선거에서 여야간 의견이 같은 공약은 빨리 이행하도록 하자.

▽이총재〓진정한 국민의 대표기관이 정치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대통령과 행정부가 국회의 기능을 존중해야 한다. 정치부패와 정치에 대한 국민불신의 근원이 돼온 정경유착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정치자금 조성의 투명성이 제고돼야 한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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