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투표 초점]탈북자들 "자유대한서 첫 투표"감격

  • 입력 2000년 4월 13일 19시 42분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들도 13일 실시된 총선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귀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4월 탈북한 전 북한 국가종합체육단 축구단장 겸 감독 윤명찬씨(50)는 이날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7동 은정초등학교 제5투표소에서 투표. 90년 10월 통일축구대회 북한선수단 감독으로 서울을 다녀간 적이 있어 화제가 됐던 윤씨는 “처음으로 참가하는 투표라 감개무량하다”고 감회를 토로.

윤씨는 “사실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 당을 보고 찍었다”며 “최근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소식을 듣고 북한을 돕고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는 당에 한표를 던졌다”고 답변.

○…지난해 1월 부모와 함께 한국에 온 한수정씨(21·여)는 북한에서 선거에 한번도 참가해 보지 못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투표한 경우. 3월 연세대 사회계열 1학년에 입학한 한씨는 노원구 중계3동 목화아파트 노인정에 설치된 제6투표소에서 첫 투표를 마친 뒤 “후보들이 저마다 표를 찍어달라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모습에 혼란스럽기만 했다”고 피력.

러시아 주재 북한 대동강무역회사 직원으로 일하다 96년 한국에 온 이성현씨(44)는 “정당간, 후보간 서로 인신공격을 하고 돈을 뿌리는 행태 때문에 투표하기 싫었다”며 남한의 혼탁한 선거행태를 비판.○…한편 북한에서 탈출한 뒤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 정착한 이모씨(31)는 이날 오전 집 근처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북한에서는 모든 선거 때 신분을 밝히고 투표하는 등 제약이 많지만 대한민국은 자유 의사에 따라 좋아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한마디.

<윤영찬기자·수원〓박희제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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