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투표/4당 표정]출구조사 보도에 환호…침통…

  • 입력 2000년 4월 13일 19시 42분


《여야는 13일 투표가 진행되면서 시시각각 각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출구조사의 시간대별 결과가 알려지자 온종일 희비가 엇갈리는 분위기였다. 민주당은 제1당이 되든 안되든 한나라당과의 의석수 차를 크게 좁힐 것이라며 비교적 여유 있는 표정이었으나 한나라당은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 수도권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자민련은 충청권에서조차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제1당 싸움이 판가름나는 ‘운명의 시간’을 앞두고 시간대별 출구조사 결과에 촉각.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면서 “1당은 되지 않겠어”라면서도 “워낙 저쪽에서 (부정 불법을) 많이 해놔서…”라고 부연. 홍사덕(洪思德)선대위원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리가 민주당에 다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국민은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기대.

주요 당직자들은 “여권의 부정 탈법의 와중에서 우리가 민주당에 비해 한 석이라도 더 얻는다면 승리하는 것”이라고 강조. 그러나 한나라당의 영남권 석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제1당 자리를 민주당에 내줄 경우 수도권 참패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선거 이후 당내 혼란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은 실정.

이총재의 한 측근은 “패배는 생각하지 않지만 10석 이하로 진다면 대대적인 부정 불법선거 규탄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언급. 이런 가운데 당사 10층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에는 상황판의 당선자 명단에 달아줄 꽃 150송이를 준비.

○…민주당은 전반적으로 이번 총선을 대과 없이 치렀고 잘하면 한나라당을 제치고 원내 1당도 가능하다며 흡족한 표정. 이날 오전 선대위 확대간부회의에서도 참석자들은 “과거 어느 선거와도 비교할 수 없이 공명정대하게 선거를 치렀다”고 자평.

민주당은 실제로 12일 자체분석과 13일 일부 여론조사기관의 출구조사 결과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근소한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희색. 특히 오후 들어 수도권의 3분의 2 정도를 민주당이 이기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등의 얘기가 민주당 안팎에 무성.

이 때문에 서울 여의도 10층에 마련된 상황실에는 개표가 시작되기 전부터 북적. 당직자들은 전국 227개 지역구별로 후보 사진이 있는 대형 개표 현황판 등을 점검하며 부산. 김한길선대위대변인은 성명에서 “총선 결과 드러나는 국민의사가 최대한 존중되는 정치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며 여유.

한편 서영훈(徐英勳)대표는 강릉 삼척 등 강원 산불재해지역을 방문해 당 차원에서 복귀작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

○…자민련은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등에서 지역구 의석이 20석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자 초조한 표정이 역력. 당 관계자들은 이런 위기감을 반영한 듯 선거결과에 대한 전망을 삼가면서도 “충청권은 투표함을 열어봐야 안다”며 막판 반전을 기대.

조부영(趙富英)선대본부장도 출구조사 발표 직전까지 “그렇게 비관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95년 지방선거와 15대 총선의 경우를 보면 충청권에선 여론조사가 거의 맞지 않는다는 게 이미 입증되지 않았느냐”고 반문.

이한동(李漢東)총재는 이날 오후 당사에 잠깐 들러 선거상황실을 둘러본 뒤 서울 염곡동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다 저녁에 당사에 다시 와 상황실에서 시종 굳은 표정으로 개표방송을 시청. 이에 앞서 이규양(李圭陽)수석부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집권세력의 교묘한 이슈 선점과 양당구도 여론몰이가 유권자의 판단을 흐려놓은 것은 유감”이라며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정쟁을 견제할 수 있도록 정통보수정당인 자민련에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

○…민국당은 장기표(張琪杓)선대위원장 김상현(金相賢)최고위원 윤원중(尹源重)사무총장직무대행 등 당직자들이 이날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친 뒤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로 나와 선거상황실을 점검.

이날 사무처요원들은 ‘새 역사를 만들어 가는 민국당과 함께’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린 선거상황실에서 개표상황에 대비, 소속 후보자 전원의 명단이 적힌 상황판을 설치하고 TV를 갖다놓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

또 일부 당직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개표결과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총선 이후 정계개편 방향 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그러나 TV방송의 출구조사 결과 민국당의 부진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당직자와 사무처요원들은 어두운 표정.

장선대위원장은 총선 이후 정국전망에 대해 “선거가 끝나면 여야간 격돌 등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면서 “우리 당은 이제부터 정쟁(政爭)보다 민생현장을 찾아다니며 정당다운 정당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

<박제균·송인수·이철희기자>ph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