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탈락 한나라당 6人의 辨]"2·18공천은 날치기 공천"

  • 입력 2000년 2월 20일 23시 35분


한나라당 조순(趙淳)명예총재와 김윤환(金潤煥) 이기택(李基澤)고문 신상우(辛相佑)국회부의장 김덕룡(金德龍)부총재 김광일(金光一)전대통령비서실장 등이 20일 16대 총선 공천결과에 대해 일제히 반발했다. 이들은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연대투쟁을 다짐했다. 다음은 공천에 관한 이들의 발언 내용.

▽조순명예총재〓공천결과는 많은 부분이 공천이 아니라 사천(私薦)이다. 앞으로 당이 사당화될 것으로 염려된다. 아무런 하자가 없는 지구당위원장이나 현역의원이 총재와 거리가 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낙천됐다. 특정인의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인물은 모두 제거 내지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 분명하다. 공천결과를 보고 종로에서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고 한나라당 총선으로는 이번 총선에 어디에서도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 이기택 김윤환고문 등과 당과 시국에 대해 의견을 교환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의견을 협의하며 대응해 나갈 것이다.

▼ "참말로 이럴수가 있나" ▼

▽김윤환고문〓개혁도 좋지만 인간이 신의를 지킬 때 개혁도 되는 것이다. 이회창을 위해 대통령후보 총재경선 등 모든 것을 만들었는데 이럴 수 없는 것이다. 참말이지 이럴 수가 있느냐. 공천이 잘못됐으니 출마하려면 탈당해야 하지 않겠느냐. 신당 창당도 생각하고 있다. 좀더 여러 사람의 생각을 듣고 무소속이든 신당창당이든 새로운 정치결사체를 구성하든 최종 결정할 것이다. 21일 낙천자 20여명과 오찬을 함께 하며 향후 진로를 협의할 것이다.

▽이기택고문〓이회창총재가 공천을 잘못해 야당을 망쳤다. 나에게 비례대표를 제의한다고 하는데 나는 절대 받지 않을 것이다. 조순명예총재 김윤환고문 등과 만나 공천파동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협의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연히 신당창당 얘기도 나왔다. 단순히 지역정당이 아니라 김상현(金相賢) 김용환(金龍煥)씨도 참여하는 전국 규모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탈당문제는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 왜 내가 떠나나. 오히려 떠날 사람은 당을 망친 이회창씨다. 22일쯤 기자회견을 갖고 공천을 잘못한 데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 밝힐 것이다. 특히 이번 공천과정에서 돈이 오갔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증거는 없지만 공천심사위원 중에 돈을 받은 사람이 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돌았다.

▽신상우부의장〓이총재에게 부산지역 통합지역구 공천문제에 대해 물었을 때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다가 마지막날 밤 전격적으로 중진들을 대거 탈락시켰다. 사전에 치밀한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이총재가 속인 것이다. 이번 공천은 친정체제 구축을 위한 사천에 불과하다. 낙천 중진들과 다각적으로 접촉한 결과 모두 이총재의 전횡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다. 신당창당문제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번 상황에 대처해 나갈 것이다.

▽김덕룡부총재〓이번 공천은 이회창총재가 이 당을 사당으로 만들기 위한 사천이다. 18일 총재단 회의에서 여러 지역구를 예로 들어 공천 심사의 부당성을 지적했는데 이총재가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당무회의 후 총재단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는데 그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공천 자체를 날치기한 것이다. 앞으로 이총재가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잘못된 공천을 바로잡도록 요구하는 등 당내 투쟁을 벌이고 이 요구가 제대로 수용되지 않을 경우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다. 나는 탈당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 "1인 지배체제로 몰아" ▼

▽김광일전실장〓이회창총재가 공당을 사당화하고 1인 지배체제로 몰아가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자신의 계파 일색으로 포진시키고 영남권에서는 자신을 비판하거나 경쟁상대가 될 만한 지도자를 모조리 숙청했다. 이총재가 자기 세력을 구축해서 대선후보로 나서기 위해 공천에서 건전한 야당세력을 배제했다. 특히 부산은 의외의 공천이 많았다. 부산은 ‘반(反) DJ’정서가 강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인데 이총재가 개인에 대한 추종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19일 상도동에 들어가 탈당 기자회견 계획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에게 밝혔지만 김전대통령은 공천과 관련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탈당은 내가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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