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옷로비'조사 첫날]野 적극적-與 소극적

  • 입력 1999년 8월 18일 19시 06분


국회는 18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어 ‘고급옷 로비 의혹사건’ 진상조사를 위한 경찰청과 법무부의 기관보고를 받았다. 야당의원들은 기관장의 보고내용을 문제삼으며 물고늘어진 반면 여당의원들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신경전’을 벌였다.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자민련 송업교(宋業敎)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여야가 이미 특검제를 도입해 이번 사건의 진상을 규명키로 합의해놓고도 굳이 법사위 조사를 먼저 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중복조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의원은 “법사위 조사는 한나라당이 4대의혹을 제기한 뒤 3당총무들이 합의한 사항이며 그 합의대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곧바로 이어진 경찰청 기관보고에서 김광식(金光植)청장이 “보고는 수사국장에게 하도록 하겠다”고 하자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안상수(安商守)의원 등은 “보고내용이 길지도 않은데 그러느냐”며 직접 보고할 것을 요구, ‘군기(軍紀)’를 잡았다.

이규택의원은 “언론에 공개된 사직동팀 내사자료와 경찰청장의 보고내용이 일치되지 않는 것이 많아 믿을 수가 없다”며 내사기록 제출을 촉구했다.

한편 국민회의 조순형(趙舜衡)의원은 “경찰이 내사를 허술히 해서 이렇게 의혹이 커졌다”며 경찰을 나무랐고 자민련 김학원(金學元)의원도 “사직동팀 내사 결과와 검찰의 수사발표가 다른 점이 많다”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김청장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내사자료 제출은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어렵다”고 답변했다.

회의 도중 야당의원들은 정확한 진상파악을 위해 사직동팀장(경찰청 조사과장)의 국회 출석을 거듭 요구했으나 김청장은 “실무자가 국회에 나와 답변한 전례가 없어 나올 수 없다”고 버텼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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