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정국 한달 앞으로]말 아끼는 김종필캠프

  • 입력 1999년 7월 11일 20시 28분


‘내각제 정국’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내각제 교주(敎主)’를 자처하는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는 여전히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자민련의 한 핵심당직자는 6월초 김총리를 찾아가 “9월 정기국회 전에 내각제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김총리는 보고서를 두번 읽더니 “나도 전적으로 공감하나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니 일단 지켜보자”면서 “8월까지 말을 아끼라”고 당부했다.

김총리는 또 “청와대측으로부터 어떤 말씀이 없었느냐”는 물음에도 답변을 피하더라는 것.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총리가 말없이 그저 고개를 네차례 끄덕이기만 했다더라”고 전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자민련의 충청권 의원들 사이에는 “총리의 연내 내각제 개헌 추진 의지가 약해진 것 같다”는 말이 돌았다. 작심하고 찾아간 당직자에게 입장 표명을 유보한 것으로 보아 이미 청와대측과 모종의‘타협’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타협안으로는 ‘이원집정제식 국정운영’이 거론됐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상당 권한을 김총리에게 위임하는 대신 김총리는 내각제 개헌을 포기하거나 내년 총선 이후로 미루는데 양해했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때마침 김총리도 이에 화답하듯 “포르투갈에 가보니 대통령제이면서도 어지간한 일은 다 총리가 하더라”(7월2일)고 말해 이런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김총리는 같은 날 대정부질문 답변에서는 “내각제 약속은 지난 대통령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평가를 받았다”라며 ‘개헌 의지’를 과시했다. 또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과의 특검제 공방에서는 “이제 헤어질 때가 된 것 같구먼”(7월8일)이라며 국민회의와의 결별 불사 의사까지 내비쳤다.

이러다 보니 김총리의 속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도 짐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자민련 충청권의 한 의원은 11일 “총리는 연내 개헌에 대해 아직 분명한 입장을 정하지 않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정국상황을 보면서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내각제관련 JP의 최근 발언▼

△(9월 정기국회 전에 내각제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하나 정국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니 일단 지켜보자(6월초 자민련의 한 핵심당직자에게).

△모든 일을 국가적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6월말 자민련 관계자에게).

△포르투갈에 가보니 대통령제이면서도 어지간한 일은 다 총리가 하더라(7월2일 자민련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내각제 약속은 지난 대통령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평가를 받았으나 정치사정과 여러가지 대내외 상황을 감안해 8월까지는 얘기하지 말자고 했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7월2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이제 헤어질 때가 된 것 같구먼(7월8일 국민회의 김영배총재권한대행의 ‘총리 홀대’발언이 나오자).

△국민회의를 자극하지 마라. 8월까지는 내각제나 정치현안 등과 관련해 결코 얘기하지 않겠다(7월9일 자민련과 총리실 관계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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