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이모저모] 10시간 대치…10분만에 처리

  • 입력 1999년 5월 4일 07시 02분


3일 정부조직개편안 등의 국회통과를 둘러싼 여야대치는 10시간여만에 결국 여당의 강행처리로 막을 내렸다. 두 차례 연기 끝에 저녁 늦게 열린 본회의에서 여당은 10여분만에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6개의 안건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한나라당도 이를 격렬히 저지하지는 않았다.

O …국회 본회의장 국민회의 의석에 앉아있던 김봉호(金琫鎬)부의장은 오후8시반경 국민회의 최재승(崔在昇)의원 등 의원 10여명의 ‘엄호’를 받는 가운데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으면서 단독처리에 돌입.

이에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 등은 일제히 김부의장 쪽을 향해 몰려가면서 “가문에 날치기 부의장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김부의장을 격렬히 비난.

김부의장은 여야가 이날 상임위에서 이미 합의한 99년도 추곡수매가동의안과 공직자병역공개법에 대해서는 “이의 없느냐”고 물은 뒤 가결을 선포. 또 정부조직개편 관련법과 노사정위설치법에 대해서는 야당의원들이 “이의가 있다”고 하자 기립표결에 부치는 ‘신종(新種)’ 변칙처리 기법을 선보였다.

김부의장은 전날인 2일 야당의원들의 급습에 대비,자택에 들어가지 않고 사위집으로 ‘피신’했다는 후문.

O …본회의 산회 후 여야의원 중 한나라당 맹형규(孟亨奎)의원과 국민회의 방용석(方鏞錫)의원은 본관 정문 앞에서 주먹다짐까지 하고 한나라당 신영국(申榮國)의원과 최재승의원도 육두문자를 주고받기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부분 여당의 단독처리를 수수방관하듯이 지켜봤으나 신영국 김영선(金映宣)의원 등 일부 의원은 김부의장을 향해 돌진하는 등 거세게 반발.

0 …이에 앞서 국회 예결위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한때 본회의장 퇴장론이 대두됐으나 황낙주(黃珞周)전국회부의장과 안상수(安商守)의원 등이 “야당은 싸워야 한다. 단상을 점거하자”며 강경론을 제시해 참석자 대부분의 지지를 받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후6시부터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하고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이 사회를 보기 위해 단상으로 진입하자 육탄저지.

하지만 법안 변칙처리 후 열린 한나라당 총재단회의에서는 김부의장의 사퇴를 관철시킨다는 방침 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O …오전 오후 다섯차례에 걸쳐 국회 귀빈식당에서 협상을 벌인 여야 총무들은 한때 공무원 개방형 임용제의 적용비율을 10%로 축소키로 합의하기도 했으나 중앙인사위 소속문제와 국정홍보처 신설문제 등에 대해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아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오후6시에 열린 마지막 협상에서 국민회의 손세일(孫世一)원내총무는 “야당이 신축적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개방형 임용제의 적용비율도 당초 20%로 환원하겠다”고 통보했고 한나라당도 더 이상 물러서지 않아 협상이 최종 결렬.

박준규의장은 오후2시까지 쟁점법안들이 관련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자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4개 법안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 〈이원재·공종식기자〉w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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