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 笑劇」이후]李총재 악재만 잇따라 침울

  • 입력 1999년 4월 30일 19시 45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30일 주요당직자회의 이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오후 내내 서울시내 모처에서 휴식했다. “감기도 심하고 생각할 것도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이총재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도 말수를 줄이는 등 어두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총재측은 나름대로 ‘승부’를 걸었던 고승덕(高承德)변호사 공천이 ‘코미디’로 끝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고변호사의 사퇴를 ‘여권 공작’으로 몰아치려던 전략마저 잘 먹혀들지 않자 당황스럽기도 한 모습이다.

그러나 당내 분위기는 “더 철저히 사후대책을 세우고 공천했어야 하지 않았느냐” “고변호사 개인의 문제점을 너무 간과했다”는 자성론이 주류를 이뤘다. 비주류 등 일각에서는 “이총재의 공천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공세를 벼르기까지 하는 분위기다.

이총재의 한 측근조차 “‘고승덕 파문’을 재선거 보이콧으로 연계하는 것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파문의 후유증으로 서울 송파갑에 다른 후보를 공천하는 일이 쉽지 않게 됐다는 점. 장고(長考)끝에 내놨던 ‘자민련과의 내각제 연대카드’도 역풍(逆風)을 맞는 등 이래저래 이총재에게 악재(惡材)만 잇따르고 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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