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오리발」 200만원

  • 입력 1999년 4월 9일 20시 20분


떡고물이라는 말이 유행한 것은 이후락(李厚洛)씨 때문이었다. ‘시절이 하수상’하던 80년봄, 그는 “떡을 주무르다보면 떡고물이 묻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보부장 등으로 정치자금 조달을 맡다보니 봉투가 딸려 온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신군부의 서슬을 그도 피할순 없었다. 그의 ‘권력형 부정축재액’은 1백94억원으로 발표되었다.

▽이씨를 비롯해 박정희시대의 실세들이 환수당한 재산은 8백53억원에 달했다. 내놓기 싫은 재산을 강제로 ‘헌납’케 하는 절차였다. 그처럼 혁명적이었기 때문에 세월이 지나 부정축재자가 재판을 걸면 이길 공산이 컸다. 60년 4·19부정축재가 대부분 그렇게 이겼다.

▽그래서 신군부의 율사(律士)들은 도로아미타불이 되지 않도록 아이디어를 냈다. 제소 전 화해조서라는 것을 만들어 도장을 받아놓았던 것이다. 뒷날 재판을 걸 수조차 없게 아예 대못을 친 것이다. 그렇게 모아진 재산은 거의 ‘지도자 장학재단’에 귀속되어 청소년 육성에 쓰였다.

▽그후에도 부정축재 파동은 끊이지 않았다. 전두환 노태우씨도 비자금 축재시비로 명예를 땅에 묻어야 했다. 그들은 아직도 천문학적 액수의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티고 있다. YS의 아들 김현철씨를 둘러싼 대선자금 잔금 등 시비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런 소용돌이 속에 정치자금법이 여야 합의로 바뀌었다. 첫머리에 ‘누구든지 이 법에 의하지 않고는 정치자금을 줄 수도 받을수도 없다’고 적혀 있다. 자민련 구천서(具天書)원내총무가 ‘서상목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의원들에게 2백만원씩을 돌렸다는 보도다. 그 돈의 출처에 대해 자민련 관계자들은 서로 발뺌을 하거나 입을 다물고 있다. 도깨비 돈인가. 돈의 지급방식이 정치자금법에 맞는지 고개가 갸웃해진다.

〈김충식 논설위원〉sear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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