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흔들리는 영남민심에 속탄다

  • 입력 1999년 4월 4일 19시 48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지난달 31일 의원총회에서 김문수(金文洙) 안상수(安商守)의원이 제기한 재 보선 책임론을 즉석에서 공박하자 측근들 사이에서도 “총재가 요즘 너무 민감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한나라당의 텃밭으로 여겼던 영남 지역이 ‘도전’받고 있는 상황에서 ‘홍위병’으로 치부됐던 수도권 초재선의원들마저 반기(反旗)를 드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수도권의원들은 “한나라당이 영남당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대지만 실상은 영남지역에서 조차 불안하다는 게 이총재의 고민이다.당내 영남지역 의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이 1순위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전두환(全斗煥)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쪽에 설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말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

아직도 영남지역의 한나라당 지지는 ‘친(親)이회창’에서보다는 ‘반(反)DJ’에서 나오고 있다는 게 이총재측의 현실 인식. 게다가 국민회의의 동진(東進)전략까지 겹쳐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이총재의 흉중(胸中)을 어지럽히고 있다.

이총재가 여야총재회담 직후의 화해무드 속에서도 지난달 19일 부산국정보고대회를 강행한 것은 TK(대구경북)에서 PK(부산경남)지역으로 공략 타깃을 옮긴 국민회의의 동진전략을 의식한 것이었다.

그러나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합당할 경우는 영남지역에서 거부감만 더할 것이라는 게 이총재측의 판단. 또한 내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한나라당 공천을 노리는 사람들 때문에 이 지역에서 이총재의 힘이 강해질 것으로 본다.

문제는 반DJ에서 연유한 영남지역의 한나라당 지지를 어떻게 이총재 지지의 등식으로 연결시키느냐는 것. 이총재측은 5월 중 깃발을 들 ‘새 정치’와 ‘새로운 정치세력 형성’을 통해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비영남출신인 이총재가 이 지역에서 얻는 지지의 밀도(密度)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이총재측도 인정한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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