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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2월 8일 1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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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들을 통해 경제청문회에 출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던 김전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선 이유는 무얼까.
특히 기자회견을 갖는 9일은 김전대통령에게 대선자금 1백50억원을 제공했다고 증언해 파문을 불러일으킨 정태수(鄭泰守)전한보그룹총회장이 경제청문회 특위에 서면답변서를 제출하기로 약속한 날이어서 김전대통령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견 계획을 8일 언론에 알린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은 “김전대통령이 어떤 내용을 밝힐 지는 모르겠다”며 “청계산을 등산하던 중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사실만 알려왔을 뿐 내용이나 형식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의원은 “정태수씨의 대선자금 제공증언 등에 대한 김전대통령의 화가 아직도 누그러지지 않은 것을 볼 때 대선자금문제에 관해 사과할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그는 종전처럼 “여권이 형기가 13년이나 남은 정씨를 회유 협박해 대선자금 제공 증언을 얻어냈다는 게 김전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민주계인 신상우(辛相佑)국회부의장은 “오늘 오후 김전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청문회 출석문제를 내가 직접 풀겠다’고 말했다”면서 “내일 회견에서는 청문회 불출석이유와 대선자금에 관한 포괄적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이와 관련해 김전대통령은 이날 저녁 김광일(金光一)전비서실장 등 재임당시의 참모진과 9일 기자회견내용에 관해 협의하고 회견 내용을 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전대통령이 이같은 일반적 예상을 깨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정치자금에 관해 반격을 시도할 경우 정국에 엄청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 김전대통령이 김대통령의 정치자금 문제를 제기, 본격적인 맞불작전에 나설 가능성은 적은 것이 사실이다.
한편 청문회 특위 위원들 사이에서는 김전대통령이 이중적인 내용을 밝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재식(張在植)특위위원장은 “김전대통령이 증인 출석거부 이유를 밝히면 고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상도동측에 전달했다”면서 “김전대통령이 여권을 공격하면서도 청문회에 나오지 않은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