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단독처리」이후 본회의장 표정]

  • 입력 1999년 1월 6일 19시 51분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6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한나라당 의원들과의 몸싸움 끝에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한 법률안 등 65건의 안건을 단독 처리했다.

○…사회를 맡은 김봉호(金琫鎬)국회부의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감금’에 대비해 전날 밤 호텔에 머문데 이어 이날도 국회로 출근하지 않고 여의도의 국민회의 중앙당후원회 사무실에서 대기. 김부의장은 낮12시50분경 국민회의 부총무단의 경호를 받으며 본회의장 측면 출입구를 통해 잠입.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일부 의원들도 곧이어 본회의장에 들어와 오후2시경에는 1백30명가량이 입장.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후1시반경 본회의장에 들어왔으나 지도부의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우왕좌왕하다 오후1시55분경 본회의장을 떠나 출입구를 전면 봉쇄. 의원들은 출입구 앞에 주저앉아 여당 의원들의 출입을 막았고 일부 의원들은 법안 싸는 보자기로 문 손잡이를 묶기도.

이 바람에 자민련 이인구(李麟求)의원 등은 본회의장 밖에서 면도칼로 보자기를 찢으며 진입을 시도했으나 실패. 본회의장 안에서도 국민회의 방용석(方鏞錫)의원과 한나라당 권오을(權五乙)의원, 자민련 변웅전(邊雄田)의원과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의원 등이 심한 몸싸움.

○…오후2시20분경 국민회의 김상현(金相賢) 자민련 김동주(金東周)의원 등 여당 의원 10여명이 1차로 의장석앞 속기사 출입통로를 이용해 진입. 또 국민회의 김홍일(金弘一)의원 등이 뒤따라 들어오자 본회의장에 있던 한나라당 백승홍(白承弘)의원은 “개구멍으로 들어오느냐”고 힐난.

오후2시35분 김부의장은 일단 개의를 선언했으나 본회의장에 있던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원내총무는 “의결정족수가 안된다. 1백41명뿐이다”라고 제동.

○…오후3시25분경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못한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 14명이 일제히 국회의장 출입문을 통해 진입, 참석 의원 수가 1백52명이 돼 간신히 의결 정족수를 충족.

이 과정에서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의원은 멱살을 잡은 한나라당 보좌관을 본회의장으로 끌고 들어와 뺨을 때리는 등 한동안 소란.

김부의장은 곧바로 안건을 일괄 상정, 일사천리로 회의를 진행. 한일어업협정 비준동의안 교원노조법안 등 주요 법안순으로 65건의 안건을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15분.

한나라당 의원 40여명은 법안처리를 시작하자 단상 점거를 시도했으나 여당 의원들이 제지.

박희태총무 이규택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무슨 짓이냐” “날치기하지 마라”며 고함을 지르고 김부의장이 “이의없습니까”라고 물을 때마다 “이의있습니다”라고 소리쳤으나 김부의장은 이를 무시.

○…오후3시42분 김부의장이 산회를 선포한 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각각 의원간담회를 소집해 ‘승리’를 자축.

반면 한나라당은 의원총회에서 “여당의 단독 날치기 처리로 한국 의회주의가 운명했다”며 강도높은 대여 투쟁을 선언.

〈양기대·송인수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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