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처리 안팎]「제2건국운동 예산」놓고 줄다리기

  • 입력 1998년 12월 4일 07시 59분


국회는 3일 본회의 개의시간을 세 차례나 미루면서 새해예산안 절충작업을 계속했으나 여당측에서 ‘한나라당이 이회창(李會昌)총재의 검찰조사면제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는 주장이 흘러나오면서 여야간에 감정이 극도로 악화돼 예산안은 또 처리되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이총재의 검찰조사문제와 예산안처리를 연계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이총재와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 박희태(朴熺太)총무 등은 이날 오후 8시경 서울시내 모처에서 급히 모임을 갖고 대책을 숙의.

박총무는 이총재에게 “여당측에 결코 그런 요구를 한 사실이 없다”고 보고했고 이총재는 “저쪽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모략을 할 수 있느냐”며 불같이 화를 냈다는 후문.

박총무는 오후 9시40분경 국회로 돌아온 뒤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처럼 상식도 없고 무식하기 짝이 없는 모함을 받고 더 이상 대화를 할 수 없다”며 협상중단을 선언. 박총무는 “명색이 법학도인 내가 어떻게 그런 요구를 할 수 있겠느냐, 정치판에 10여년 있었지만 더 이상 정치를 해야 하는지 비애와 회의를 느낀다”며 시종 격앙된 표정.

그는 그러나 “오늘의 파동과 상관없이 제2건국위 지원예산 20억원만 삭감되면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겠다는 당초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언급해 협상재개의 여지는 남겨놓았다.

○…국민회의는 밤 10시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소집해 한나라당이 ‘정치적인 이유’로 예산안처리 지연작전을 쓰고 있다고 집중 성토.

한화갑(韓和甲)총무는 “한나라당은 아침 점심 저녁에 계속 예산안통과가 되지 않도록 이상한 조건을 달고 나오고 있다”면서 “며칠 더 기다린 뒤 떳떳하게 국민과 한나라당에 시간을 통보하고 예산안을 처리할 것”이라며 단독처리 강행을 시사.

○…이에 앞서 오후 5시경 한나라당 박총무는 이회창총재와 한참동안 전화통화를 한 뒤 “제2건국위 지원예산 20억원만 완전 삭감하면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겠다”고 공언하고 국민회의 한총무에게 전화로 “이게 파이널이다”라고 최후통첩.

그러나 한총무는 “다 양해해놓고 지금 와서 무슨 소리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박총무는 “그러면 알아서 하라”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려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오후 6시경 박총무로부터 똑같은 제의를 받은 자민련의 구천서(具天書)총무는 박태준(朴泰俊)총재와 함께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을 만나 절충안을 모색. 구수회의 후 박총재는 박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20억원을 그대로 두되 예산안 통과후 본회의에서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이 돈을 순수하게 민간운동지원에만 쓰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면 어떻겠느냐”고 수정안을 제안.

○…2일 변호사 등 전문직에 부가가치세를 새로 부과하는 내용의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아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전 이 법안 처리에 앞서 1시간여동안 낯뜨거운 설전.

국민회의 간사인 조찬형의원은 “위원장이 ‘산회’를 선포하는 바람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목요상(睦堯相)위원장을 겨냥했고 이에 목위원장은 “3당 간사 동의하에 결정한 일인데 무슨 소리냐”고 흥분.

〈김정훈·공종식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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