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처리 진통]「예산-李총재수사 빅딜」제의說 파문

  • 입력 1998년 12월 4일 07시 59분


한나라당이 예산안 처리 협상과정에서 여당측에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총풍사건 수사대상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사전에 보장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자민련 구천서(具天書)총무는 3일 “한나라당측이 ‘총풍사건과 관련, 이회창총재가 수사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달라’고 1일 총무회담 때부터 계속 얘기해 왔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측은 즉각 이를 부인했고 구총무도 자신의 말을 번복했지만 한나라당이 ‘이총재 수사 제외’를 예산안 통과의 조건으로 제시한 정황증거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어 파장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관계자들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일 이총재에 대한 수사문제를 언급하면서 “확실한 혐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야당총재의 신상에 관한 문제인 만큼 조금이라도 결례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한 데에 주목했다. 김대통령의 이 말은 이총재측의 ‘사전 보장’요구에 대한 일종의 ‘화답’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국민회의 당직자들의 청와대 주례보고 석상에서 한 참석자는 한나라당측의 ‘보장’요구와 관련, “더 이상 어떻게 성의를 보이란 말이냐”며 흥분했다는 전언이다.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도 “한나라당의 요구를 자민련 구총무에게 귀띔했는데 구총무가 이를 공개했다”며 “그런 얘기가 공개되면 한나라당의 체면이 뭐가 되겠느냐”고 말해 한나라당측의 요구가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구총무의 발언내용이 알려지자 이총재는 박희태(朴熺太)총무를 불러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총무는 “지금까지 그런 얘기를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 무식하기 짝이 없는 소리에 분노와 비애를 느낀다”며 흥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총무는 또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강력히 항의했다. 하지만 박총무 자신까지도 “이제 그 지긋지긋한 ‘총소리’ 좀 그만 나오게 해달라는 얘기는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총무의 항의에 한총무는 “박총무가 ‘우리 총재를 정말 연행할 것이냐’고 물어 ‘우리는 모른다’고 답변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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