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銃風공방」 다시 가열

  • 입력 1998년 10월 24일 19시 25분


‘총풍사건’수사 결과 발표(26일)가 임박하며 여야의 공방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당의 무관함이 밝혀졌다고 보고 여권의 사과와 관련자 문책을 촉구, 대여(對與)공세의 고삐를 죄었다.

한나라당은 24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여권이 사건을 과장 왜곡한 데 대해 이총재와 한나라당에 깊이 사과하고 이종찬 안기부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권의 사과를 받아내지 않을 경우 이총재가 총풍사건에 관련돼 있는 것처럼 알고 있는 국민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어렵다는게 한나라당의 판단.

이총재는 “진상이 밝혀졌는데도 명예훼손을 당한 나에게 정치적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집권여당은 비이성적 집단”이라고 비난했다.

안상수(安商守)대변인도 “국민회의가 계속 이총재를 모함 음해할 경우 우리도 국민회의 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상대로 공세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한나라당은 또 총풍사건 와중에 불거진 고문의혹 및 감청과 도청 문제를 국정감사에서 물고늘어져 정권의 부도덕성을 최대한 부각시켜 나가기로 했다.

국민회의는 한나라당이 총풍 무관을 주장하며 국민회의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서자 내심 당황해 하는 기색이다.

한 당직자는 “한마디로 적반하장(賊反荷杖)이며 본말이 전도됐다”고 흥분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총격요청사건에 대한 이총재의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검찰수사결과 발표가 나오기도 전에 마치 이총재의 무관함이 밝혀진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회의도 대대적 공세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회의는 이날 당3역회의에서 총격요청 3인조에 대한 한나라당 변호인들의 접견일지 공개를 정부측에 촉구했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변호인 접견일지를 분석해 한나라당 변호인들이 3인조에 대해 어떻게 범행을 부인하도록 교사했는지 또 어떻게 3인을 비호하고 수사를 방해해 왔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회의는 이총재에 대해서도 ‘양심 가책론’을 들이대며 직격탄을 쐈다. 정대변인은 “물증이 드러나지 않았다 해서 이총재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이총재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은 북한에 대한 총격요청사건은 ‘해프닝’으로 치부하면서도 학계의 존경을 받는 양심적 학자인 최장집(崔章集)교수를 ‘친북성향’으로 모는 이중성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차수·윤영찬기자〉kimc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