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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0월 14일 1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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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총재는 지난 한달 동안 장외투쟁을 통해 투쟁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킨데 이어 9일 전격 국회 등원을 선언한 이후에는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
특히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방일 결과 설명회에 참석한 그는 13일 하루동안 여권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하는 등 유화적인 모습을 보였다.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현안을 일거에 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총재가 14일 저녁 이철승(李哲承) 유치송(柳致松) 이충환(李忠煥) 고재청(高在淸) 김재순(金在淳) 채문식(蔡汶植)씨 등 정계 원로들을 초청, 정국운영에 관해 조언을 들은 것도 여론에 귀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총재는 “제대로 된 야당이 있어야 정부 여당의 독선과 독주를 견제할 수 있다”면서 원로들의 도움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권에서 영수회담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다 언론에 이총재가 영수회담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처럼 보도되자 이총재는 14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총재는 “우리가 영수회담을 구걸하는 것처럼 알려지고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정도가 아닌 방법으로 구걸하면서 문제를 푸는 것은 원하지 않으며 당도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 관계는 상대를 존중하고 서로의 위치와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지 일방적 힘의 우세로 누르거나 상대방의 위치를 깎아내리려는 것은 전근대적이고 탈피해야 할 낡은 구태정치”라고 여권을 겨냥했다.
그는 또 영수회담에 집착하는 듯한 언론보도에 대해 “어떻게 해서 그런 얘기들이 나오느냐”며 당직자들을 질책했다.
이총재는 그러나 “우리가 등원한 것은 정상적인 국회운영을 통해 여야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조건없이 국회에 등원한 만큼 영수회담도 조건없이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