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국회 등진채 『場外로』…경색정국 갈수록 수렁으로

  • 입력 1998년 9월 21일 19시 31분


대치정국의 싸움터가 국회를 벗어나 장외(場外)로 확대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에 대응, 국민회의가 21일부터 지구당별로 ‘세도(稅盜)한나라당 진상보고대회’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이 한나라당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에 대한 조사사실을 밝힌데 대해 한나라당이 “야당파괴 음모”라고 반발, 이날 예정됐던 총무회담도 연기되는 등 국회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국민회의는 이날 수도권 20개 지구당에서 보고대회를 갖고 “세도사건은 국기를 흔드는 범죄이며 정치인 사정은 경제회생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여야 구별없이 사정이 진행되는데도 야당탄압 운운하는 것은 잘못을 호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회의는 25일까지 대회를 계속할 예정이다.

여당의 이런 대응은 여야간 대립이 첨예하다 해도 집권여당이 국회 회기중에 국회밖 여론몰이에 나선 좀처럼 보기 드문 일로 너무 지나친 대응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물론 국민회의의 집회는 옥내에서 이뤄져 한나라당의 장외집회와는 다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정국경색을 더욱 심화시키고 정기국회가 한창이어야 할 시점에 여당까지 국회를 저버린데 대해 “여당답지 못한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회의의 ‘세도 진상보고대회’ 강행은 국세청의 대선자금 불법모금사건이나 정치인 사정이 야당의 편파사정 역공으로 인해 초점이 흐려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그 연장선상에서 추석연휴기간 중 한나라당의 부도덕성을 집중홍보하기 위한 ‘구전(口傳)거리’를 제공한다는 것.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25, 26일경 서울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개최한다는 결정으로 응수했다. 또 대구 경북지역에서 한차례 더 장외집회를 여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키로 했다.

안상수(安商守)대변인은 “서울집회의 성격은 단순한 야당파괴 규탄집회 차원을 넘어 민생 경제 안보실정(失政) 등 김대중(金大中)정권의 총체적 실정에 대한 규탄대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당초 주저했던 서울집회를 강행키로 한 것은 지난 주말 부산집회가 성공적이었고 민심도 사정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한 “여권이 겉으론 대화를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여공세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는 당내의 강경기류도 반영한 결과다.

〈최영묵·문 철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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