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개질문」의도?]南측 제의 일단 「거부」

  • 입력 1998년 8월 21일 19시 23분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8·15 대북제의에 대해 이례적으로 공개 질문장을 발표한 의도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 보면 이는 ‘거부’다. 북한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 강조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일단 북한이 장차관급 남북대화 상설기구 구성과 특사파견 제의는 거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부는 북한이 김대통령의 제의가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담고 있어서 명분상 이를 일축해버릴 수 없었기 때문에 △주한미군 △국가보안법과 안기부 △햇볕론 △한미 공동군사훈련 △한총련에 대한 탄압 등을 구실삼아 이를 우회적으로 거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당국자는 “북한의 반응은 김정일(金正日)의 국가주석 추대를 앞두고 남북대화를 재개할 여유가 없는 데다 지금까지 대남비방을 강화해 오다가 갑자기 태도를 누그러뜨려 당국간 대화에 응하기가 어려운 내부 사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렇다고 북한이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린 것으로는 보고 있지 않다. 대화의 여지는 남겨놓았다는 것이다. 북한이 공개 질문장이란 형식을 취한 것도 이례적인데다가 역설적으로 우리가 제의하고 북측이 반론을 펴는 이런 식의 쌍방간 의사소통이 곧 대화가 되고, 앞으로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북한은 96년 4월 한국과 미국이 4자회담을 제의하자 한달 뒤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4자회담의 취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고 이것이 계기가 돼 4자회담 설명회는 물론 본회담까지 열렸다.

북한이 이번에 문제삼은 5개항은 남북관계의 현실에 비춰볼 때 원론에 속하는 사안들이다. 굳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들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대화 재개를 너무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지 않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다음달 5일 소집될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일이 주석으로 추대된 뒤 북한의 대남정책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가 대화재개 여부를 가늠할 판단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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