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경선 사전 표계산」 與도 野도 엉터리

  • 입력 1998년 8월 4일 19시 35분


국회의장 선거결과는 여야의 사전 표계산이 얼마나 엉성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국민회의는 1차투표에서의 낙승을 장담했었다. 자민련측이 “그러다 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해도 “한나라당 이탈표가 15, 16표 정도 될테니 염려말아라”고 자신했었다.

그러나 1,2차 투표에서 재적 과반수(1백50표) 확보에 실패해 3차 투표까지 가게되자 뒤늦게 “우리 예상이 틀렸다”고 시인했다. 한화갑(韓和甲)원내총무는 “선거 전날 자민련 구천서(具天書)총무가 ‘1차에서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더니 구총무 말이 맞았다”고 털어놓았다.

한나라당의 예상은 더 엉터리였다. 선거 직전까지 지도부는 “당내 이탈표가 있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길 것이 분명하다”고 단언했었다. 국민신당의 2,3표와 무소속 1표에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에서 빠져나오는 표를 합치면 당내 이탈표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3차투표 개표결과 남기는커녕 득표수가 ‘본전(1백49표)’에도 10표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나자 지도부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한 당직자는 “내부 변절자가 그 정도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자유투표를 요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의장 선거 후 내부 분란에 빠졌고 그 여파로 국회는 또다시 공전됐다.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이 처음 마련한 4일 여야 총무회담에도 한나라당은 불참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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