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光明보선」에 정국향배 달렸다

  • 입력 1998년 7월 17일 19시 44분


경기 광명을 보궐선거의 의미는 보선 자체를 넘어선다. 집권여당인 국민회의의 총재권한대행 조세형(趙世衡)후보가 출마한 만큼 그 결과는 향후정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조후보가 당선되면 여권은 현정부의 개혁에 대한 국민 지지라는 점을 내세워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다. 또 조후보가 야당의원 영입을 위해 지역구를 옮긴 만큼 야당의원 영입과 정계개편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조후보가 떨어질 경우 조후보를 ‘낙점’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도력에 흠이 가고 개혁과 정계개편 등 향후 정국운영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반면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를 계기로 여권 몰아붙이기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은행 퇴출정책에 대한 지역차별 공세에 이어 북한잠수정과 무장간첩침투사건으로 현정부의 햇볕정책에 비판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한나라당에 광명을 보선승리는 현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 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는 호재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선거종반에 들어서서도 조후보와 한나라당 전재희(全在姬)후보간의 격차가 오차범위내에서 오락가락하자 국민회의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국민회의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요즘 불안해서 잠이 안온다. 이러다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인 얘기가 나돌 정도다.

조후보가 선거운동기간중인 16일 청와대를 방문해 선거로 중단했던 주례보고를 한 것도 다급한 사정을 그대로 보여준 증거다. 조후보가 주례보고를 끝낸 뒤 곧바로 당으로 달려와 광명을 선거와 관련이 있는 기아자동차직원 고용승계와 그린벨트 해제 등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7일 광명시민운동장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도 조후보는 “한나라당이 망친 경제를 수습하고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현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전후보는 “조후보가 얼마나 다급했으면 선거운동에 김대통령을 팔겠느냐”고 비난했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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