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광명시민들 補選수난]『선거때문에 못살겠어요』

  • 입력 1998년 7월 7일 19시 29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사는 주부 장모씨(34).

7일 오전 인근 하이웨이백화점에 들러 양손에 물건을 들고 오다가 각당 후보와 운동원들의 집요한 악수 공세와 지지요구에 시달렸다. 집에 도착해서도 그는 각당 후보진영의 전화를 3통이나 받았다.

특히 낮잠을 청하려다 딸(7)이 깨우는 소리에 놀라 전화를 받아보면 모당의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어서 더더욱 화가 났다. 선거 운동 차량에서 끊임없이 로고송을 틀어대는 바람에 더운 날씨에 문도 열 수 없었다.

장씨는 “선거전까지 각종 여론조사전화에 시달렸는데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더욱 시달리고 있다. 손바닥만한 선거구에 국회의원 40여명이 돌아다닌다고 하니 국회의원들이 그렇게나 할일이 없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유권자 18만명인 팔달구 12개동에 여야 각 당은 국회의원 지구당위원장 등에게 동책(洞責)을 맡기고 도의원 시의원 향우회 동문회조직 등을 총동원, ‘저인망식’ 선거운동을 펴고 있다.

출근길 아파트입구에서의 ‘인사공세’, 아파트 사무실 등을 가리지 않는 ‘전화공해’, 시장 백화점의 인해전술식 ‘악수공세’, 연설에 따른 ‘소음공해’ 등.

이번 보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 광명시도 사정은 마찬가지.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은 출근길 철산 하안대교 등에서 서울출퇴근자에게 90도 각도로 인사를 한 뒤 하안사거리 철산동 끌레프백화점과 하안동 아파트단지로 흩어져 지지를 호소한다. 전화부대는 하루종일 각 가정과 사무실 등에 무차별 전화공세를 퍼붓는다.

이 지역 유권자들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정말 너무하는 것 같다. 국민을 표찍는 기계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수원〓박종희기자〉parkhek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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