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8돌 특집/金대통령 인터뷰]

  • 입력 1998년 3월 31일 20시 20분


[대담 정구종 편집국장]

―취임하신지 한달이 넘었습니다.

“참으로 긴 세월처럼 느껴집니다. 정치적으로 개혁이 잘 안되고 있고 야당의 협조를 제대로 못얻고 있어 아무래도 걸림돌이 되고 있지요. 가장 어려웠던 것은 역시 경제문제였습니다. 실업문제로 밤잠을 설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정치가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면 뭔가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미묘하고 말하기 조심스러운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대로는 안된다는 게 사실입니다. 제말은 국난시기에 야당이 적어도 1년은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국난의 원인이 현 야당 집권때 대부분 일어난 만큼 그것은 야당의 당연한 책임입니다. (야당이)총리인준 가지고 이렇게 애먹인 적이 없습니다.”

▼ 野, 여론에 귀기울이길 ▼

―야당이 잘못하고 있다는 뜻입니까.

“나는 현재 야당이 국민의 기대에 맞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론조사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민도 (야당이)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계개편하라는 게 다수의견 아닙니까. 야당도 알고 있어요. 야당도 국민으로부터 정계개편을 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어떻게 풀어가실 생각입니까.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다녀와 한나라당이 전당대회 후 안정되면 무릎을 맞대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더이상 오래 이런 식으로는 갈 수 없으니까 어떻게 할 작정인지 정말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볼 것입니다. 한나라당의 현 지도부가 유지되든 새 지도부가 나오든 본격적인 영수회담을 할 것입니다. 안 도와주면 못하니까요.”

―야당이 대화와 타협의 장으로 나오도록 하기 위한 카드가 있습니까.

“야당이 바르게 하면 국민 지지율이 올라가는 게 메리트입니다. 바르게 안하니까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 아닙니까. (목소리를 높여) 총리란 대통령이 쓰고 싶은 사람 쓰도록 해주고 그다음 잘못하면 불신임할 수 있는 것이지만 쓰지도 못하게 막는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특별히 새로 나타난 비리사실도 없고 과거 자신들이 지도자로 받든 사람을 쓰겠다는데 이치에 안맞지 않습니까.”

―소여(小與)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협조에 대해 처음부터 지나치게 낙관한 게 아닐까요.

“미국도 여당이 소수이지만 지장없이 해나가지 않습니까. 나는 조순(趙淳)한나라당총재에게 모든 것을 같이 협의하고 필요하다면 야당의원을 초청해서 대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경제난에 신음하고 실직에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야당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 정부에 협력해주기 바랍니다.”

―정국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 임명 취소 후 다시 임명권을 행사, 법적인 문제를 해소한 다음 재투표하면 어떨까요.

“한나라당 체제가 정비되면 한나라당 지도부를 만나 총리인준문제를 포함, 근본적으로 여야관계를 재정립하는 문제를 협의할 작정입니다. 그래서 국민에게 더이상 정치 때문에 걱정을 끼치지 않고 올 한해만은 정말 여야가 함께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게 야당에도 도움이 됩니다. 국민이 그런 야당을 바라고 있어요.”

―야당과 정계개편 문제도 논의할 것입니까.

“야당하고 얘기하는데 정계개편 얘기해서 되겠습니까. 정도(正道)로 갈 것입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우리가 굳이 정계개편을 하지 않고 (야당의) 협조를 얻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양쪽이 협의를 해서 합의문도 만들 수 있고 여러 가지 조건이 있으면 조건도 얘기할 수 있겠지요.”

―조순총재 체제가 유지될 경우에도 실질적인 대화가 가능할까요.

“전당대회가 끝나면 어떻게든 한나라당의 체제가 정비되지 않겠습니까.”

―정계개편 여론이 무르익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국민이 보기에 야당이 여당을 도와줘야 하는데 안하니까 큰일났다 싶은 것 아닐까요. 저런 야당 되겠나 싶어 개편이라도 해라 그런 여론이 조성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우리는 일단 야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 할 수 있는 대로 노력해볼 것입니다. 솔직히 내 심정은 야당이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안된다면 여론을 살펴봐야 하겠지요.”

―공동정부 내에 문제는 없나요.

“아무 문제 없이 잘 가고 있습니다. 밖에서 걱정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국정의 중심은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이 국정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목표를 갖고 이끌어가면 문제가 없습니다. 김총리서리와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하고 있고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와도 주례회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방선거 후보공천문제도 원만하게 해결할 자신이 있습니다.”

―김총리서리가 자신의 총리인준문제에 다소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은 아닙니까.

“그렇지 않아요. 그 분도 애썼어요. 체면불구하고 (야당의원) 70∼80명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무기명비밀투표만 제대로 됐으면 인준됐어요. 야당 의원총회에서 투표방법에 대해 여러가지 얘기 나온 것도 사실 아닙니까. (야당이) 힘이 있다면 다시 하지 왜 못합니까.”

―여당의원들에게도 문제가 있었는데요.

(웃음)“…”

▼ 「개헌」경제난 극복뒤 논의 ▼

―재투표해서 부결되면 어떻게 합니까.

“복종해야죠. 김총리서리도 명확히 밝혔지 않습니까.”

―그 다음 수순도 생각하고 계시나요.

“지금 무슨 그런 얘기를…. 우리는 재투표하면 인준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6월 지방선거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잘 모르겠는데 아마 여권인 국민회의와 자민련 양당이 성공적일 것으로 봅니다.”

―그렇게 되면 정국이 풀릴까요.

“정부의 위상이 강화돼 정국을 운영해 나가는데 훨씬 힘이 생기겠지요. 정부에 대한 안정감과 신뢰심 권위, 이런 것들이 확립되면 우리 경제의 주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후반기 경제가 빠른 속도로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분위기가 일거에 조성될 것입니다.”

―내각제개헌은 추진할 계획입니까.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다만 지금은 경제위기 등 국난을 극복하는 일이 시급하므로 그 뒤에 논의해도 늦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북풍(北風)’사건이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은데요.

“이는 본질적으로 안기부내 일부인사들이 남북관계를 선거에 이용해 야당후보를 낙선시키려 했던 정치공작입니다. 그것을 막으려고 한 것은 정당방위지요. 그런데 야당이 무리하게 해서 지지를 못받았어요. 국민이 당장 걱정하는 것은 경제 아닙니까. 정부가 북풍페이스에 말려들어가지 않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몰두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나름대로 안도감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북풍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방침입니까.

“절대로 우물쭈물하고 있지 않아요. 진실은 진실대로 밝히고 국민에게 공표할 것입니다. 북한과 내통한 사람은 그대로 넘어갈 수 없으나 선거에 이기기 위해 과거에 흔히 하는 식으로 용공조작한 정도면 관대하게 할 수 있지 않느냐 하는 원칙이 확실하게 서 있습니다. 선거는 나와 관련된 문제이므로 관대하게 할 수 있으나 북쪽하고 내통했다면 큰 문제가 있지요. 처벌은 국민여론을 참작하고 죄질에 따라 하게 될 것입니다.”

―북한과 내통한 사실이 일부 드러나지 않았나요.

“모든 것을 더 조사해봐야지요.”

―북풍조사를 둘러싼 여권내 혼선으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여권의 방향은 내가 정하는 것이니까 익명으로 나오는 말을 일일이 여권 말이라고 할 수 없어요. 그러나 그런 면이 없지 않으므로 안기부장에게 명확히 하도록 다시 지시하지요.”

―북풍문제를 수구세력의 조직적인 저항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요.

“나는 수구세력의 조직적 반발로 보지 않고 있습니다. 안기부내 일부사람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으나 조직적 반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개혁세력이든 수구세력이든 국내정치에 이용하기 위해 북한과 내통한 것을 잘했다고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 안기부 「뼈깎는 개혁」필요 ▼

―안기부를 어떻게 개혁해 나갈 생각입니까.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가기관으로 거듭 태어나야 합니다. 나는 안기부가 엄격히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모든 역량을 국가안보와 해외관련 업무에만 쏟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안기부의 수십년 타성이 조직이나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 하루아침에 고쳐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무엇보다 안기부원 자신들이 뼈를 깎는 자기개혁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취임 후 가장 보람을 느낀 일은 무엇입니까.

“금모으기 행사 등에서 보듯이 나라를 살리겠다는 국민의 열의와 실천력이 강하다는 겁니다. 이는 내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 각 경제주체들이 역사적인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고통분담에 합의해준 것은 우리의 내일에 커다란 희망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경제가 좀 나아지고 있습니까.

“국민의 협조에 힘입어 금융기관의 단기외채 만기연장이 순조롭게 이뤄졌고 수출환경도 호전돼 올 한해 2백억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최근 환율이 1천3백원대로 떨어져 은행금리도 내릴 전망입니다. 이것이 물가안정 기업회생 실업해결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모든 것이 안정됐다고는 볼 수 없어요. 올 한해는 그래도 어려움이 많지만 명년부터는 전망이 괜찮아요.”

―5,6월경 환란(換亂)이 다시 올 것이라는 예측도 있는데요.

“그러한 위기설은 우리의 외환수급이 아직 불안정하고 기업의 자금난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볼 때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총 외채 중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11월의 55%에서 30%대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수출이 신장되고 외국투자도 늘고 있으므로 올 연말에는 국제통화기금(IMF) 권고수준인 4백억달러 정도의 가용보유외환액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은행개혁 7월부터 착수 ▼

―보다 장기적인 경제비전을 밝혀 주셨으면 합니다.

“올 한해만 꾹 참고 견디면서 열심히 노력하면 내년부터는 좋아질 것입니다. 내년 후반까지는 경제를 회복하고 IMF 관리체제를 끝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명년부터는 세계선진경제권으로 들어가기 위한 본격적인 가동을 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지지와 협력 속에 개혁을 차질없이 추진해가면 반드시 이렇게 될 수 있습니다. 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감히 자신있다고 말씀드립니다.”

―무엇을 어떻게 개혁해야 합니까.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입니다. 이는 두가지가 목적인데 하나는 국제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자본이 투자의욕을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여하튼 노사정 다같이 개혁해야 합니다. 또 고통분담도 해야 되지만 덕도 같이 보는 혜택의 분담도 병행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재벌개혁이 당초 예상보다 주춤거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과거와 같이 (개혁을) 안하고 견딜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과거에도 개혁을 한다고 했으나 말로 그쳤지 법으로 정한 적은 없습니다.

이제는 법으로 정해 안따라갈 수 없어요. 거기에다 은행에 기업구조조정 책임을 상당히 맡겨 개혁 안하면 은행혜택을 받을 수 없고 세금혜택도 받을 수 없지요. 또 IMF 등 국제사회가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개혁을 안하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개혁을 안하면 기업도 망하고 나라도 망하는데 다른 길이 없습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개혁이 지지부진하다고 할 수 있으나 경제란 마구잡이로 몰아붙이는 게 아닙니다. 개혁을 하는 게 기업에 이익이 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풀어나갈 것입니다.

과거정권처럼 개혁을 절대 흐지부지하지 않을 것입니다. 재벌들과 이미 5개항의 개혁방안에 합의했고 증권거래법 개정, 누적투표제 도입, 결합재무제표 기준제정 등 개혁실천을 위한 여건 마련에 착수하고 있습니다.”

―은행개혁과 기업개혁을 어떻게 연계시킬 구상입니까.

“은행개혁은 경제구조조정의 핵심과제입니다. 그 초점은 부실한 은행을 과감히 정리, 퇴출시키고 건전한 은행이 경쟁력을 갖고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시장경제원리를 철저히 적용하는데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은행이 기업의 개혁을 이끌어가게 됩니다. 경쟁력 있는 기업에만 돈을 빌려주는 등 은행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기업의 구조를 건전하게 바꾸는데 크게 힘이 될 것입니다. 은행개혁은 1일 정식발족하는 금융감독위원회가 이달말까지 은행으로부터 경영개선계획을 제출받고 6월말까지 심사를 완료한 뒤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입니다.”

―실업자수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습니다.

“경제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실업이 늘어나고 있는데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부는 근로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사정 합의 때 5조원이었던 실업대책 재원이 3조원 정도 더 늘었습니다.

1백30만명의 실업자 중에서 국가혜택을 받지 않아도 되는 30만명을 빼면 1인당 8백만원꼴입니다. 또 30조원 내지 40조원 규모의 정부사업예산을 전반기에 대량 투입해 일자리를 만들 것입니다.”

―실업자들이 저항세력화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십니까.

“새 정부는 ‘실업대책내각’이라는 자세와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고용유지와 고용창출 직업훈련 사회안전망구축을 위한 다각적인 안을 검토중입니다. 영국에 갔다 와서 관계장관들을 더욱 독려할 것입니다. 노동자들에게 결코 희생만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 동아일보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합니다.

노사정 공동선언문에서 합의된 대로 IMF를 빌미로 한 무분별한 해고 등 부당노동행위를 감시하고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갈 것입니다. 그러나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책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실직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웃에 대해 모든 국민이 따뜻한 관심을 갖고 함께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언론기관과 민간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실직자돕기 범국민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고마운 일입니다. 나라가 어렵고 정부와 국민 모두의 이러한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는 마당에 실업자의 저항이 있을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우리 국민은 저력이 있고 현명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서민들이 당장 피부로 느끼는 고통은 물가인데요.

“근로자의 임금이 줄고 실직의 고통까지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를 잡아야 국민생활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습니다. 물가안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환과 금융시장의 안정에 주력하고 시장기능을 활성화시켜 물가를 잡아나가겠습니다.

우선 물가지수를 일반물가지수와 생활물가지수로 구분해 관리, 물가통계가 소비자들의 피부에 와닿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독과점이나 담합 등 시장기능을 저해하는 제도와 관행을 철저히 뿌리뽑아 경쟁을 통한 가격안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공공요금 인상은 최대한 억제하겠습니다.”

―새 정부에는 경제총괄부서가 없어 경제정책의 조정 및 결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지난 30여년간 우리 경제정책은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법률적으로 근거가 불확실한 경제장관회의를 중심으로 결정돼 왔습니다. 이런 체제는 과거에는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오늘날과 같이 경제정책 결정에 여러 부처의 종합적인 검토와 판단, 협력이 필요한 시기에는 맞지 않아요.

법률적으로 국정의 최고심의기구인 국무회의에서 정책이 결정되도록 한 것은 그 결과에 대해 내가 최종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것입니다. 또 모든 국무위원이 국정운영에 대해 포괄적인 책임을 지고 국정에 참여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체제를 만든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내가 직접 주재하는 경제대책조정회의에서 훨씬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조정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 남북정상회담 기회 올것 ▼

―외교의 중점은 어디에 두겠습니까.

“외교라는 게 모두 국익중심 아닙니까. 우리에게 초미의 과제는 안보입니다. 그리고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문제와 경제문제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친미고 반미고 그런 차원의 얘기를 해서는 안됩니다. 외교의 중점은 역시 대미외교입니다. 미국과 긴밀히 협조해 나가야 합니다.

세계는 유럽연합(EU)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동남아국가연합(ASEAN) 체제로 3극화돼 있는데 EU의 경제력과 영향력이 커져 EU와의 관계강화도 필요합니다. 이번 단기외채 연장도 EU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영국방문은 큰 의미가 있어요.”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특별한 구상이 있습니까. 또 재임중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보십니까.

“북한에 대해 대화의 문은 활짝 열어놓되 대화를 서두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북한태도와 국민여론에 따라 한발한발 신중히 할 것입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이산가족 상봉이나 경제협력 확대 등 시급하면서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부터 남북이 함께 노력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도 내부사정이나 국제정세의 흐름으로 볼 때 우리 정부의 입장에 공감하고 대화의 장에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내부정비만 되면 대화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통일문제는 국내적으로 국민적 컨센서스와 국제적으로 주변4대국 등 우방국들의 합의가 이루어져 가닥이 잘 잡혔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제의가 오면 응할 것이고 그런 기회가 당연히 올 것입니다.”

―대통령께서 국정 전반을 너무 꼼꼼히 챙긴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남들이 잘 몰라서 그래요. 내가 어떻게 다 챙깁니까. 대통령이 국사를 알고 있고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장관들이 긴장해서 잘합니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간섭해서는 안되지만 방향은 알고 있어야 하고 지침은 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사가 체계적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권력요직 인선의 호남편중 현상에 대한 비판여론이 있습니다.

“그런 면이 일부 없지 않으나 청와대비서실장, 경찰과 공무원을 장악하는 행정자치부장관이 영남출신입니다. 안기부장도 비호남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많아요. 책임자가 호남이면 부책임자는 반드시 비호남을 쓰는 게 내 인사원칙입니다.”

―취임 전에는 공직인사에서 내부승진을 중시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차관급은 대부분 내부승진을 시켰으나 장관은 달라요. 외국도 공무원이 차관까지 되면 최고로 올라간 것입니다. 장관은 세상을 충분히 알고 정치력을 길러야 해요. 역대정권의 장관 임명방식이 잘못됐지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닙니다.”

▼ 유럽에도 교류협력 요청 ▼

―ASEM에서는 무엇에 역점을 둘 계획인지요.

“하나는요, 아시아에서 국민투표에 의한 정권교체는 한국이 처음입니다. 일본은 패전으로, 인도는 해방으로, 필리핀은 피플파워에 의한 혁명으로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래서 각국 정상들에게 민주주의도 시장경제도 성공하는 모델을 보이고 싶다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다음 우리는 이제 완전히 문호를 열고 우리도 세계로 나아가고 세계를 우리가 받아들여 경쟁과 협력을 병행 추진하겠다, 유럽에 대해서는 중점적으로 협력을 강화하겠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얘기하고 IMF와 충실히 협력하고 유럽에도 교류협력을 요청할 것입니다.”

―청와대생활이 외롭지 않습니까.

“그런 면이 있어요. 사람들을 일일이 못만나니 언론과의 접촉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신문 읽는 시간이 많아요.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5년동안 계속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신긴장이나 국사에 대한 건전한 판단을 위해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필요해요.”

―양심수 추가사면 계획이 있습니까. 권노갑(權魯甲)전의원은 언제쯤 자유롭게 될까요.

“취임경축사면은 적정한 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나 원칙이 있고 법무부 의견도 참고해야 합니다. 8·15 때까지는 그런 기회가 올 것입니다.”

〈정리〓임채청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