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와 박태준(朴泰俊)총재는 19일 자신들이 만들어낸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와 함께 「공동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얼굴에는 선거운동의 피로감이 남아 있었으나 시종 흐뭇한 표정이었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국회의사당 현관에 미리 나와 김당선자를 맞이했고 내외신 기자회견, 국립묘지와 4.19묘지 참배에도 동행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일산 김당선자의 자택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두 사람은 이날 김당선자의 「킹메이커」로서, 또 향후 「공동정부」의 동반자로서의 위치를 확인하는 듯했다. 4.19묘지를 방문했을 때 김당선자에 대한 연호소리와 「김종필」 「박태준」을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두 사람은 밝은 웃음으로 인사하기도 했다.
시종 화기애애했던 저녁 만찬회동에서도 이들은 선거운동기간중 고생했던 후일담뿐만 아니라 향후 3인이 함께 꾸려갈 차기정부구성방안 등 대략의 국정운영 구상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김명예총재는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김당선자로부터 마이크를 넘겨받고 『김당선자에게 마음으로부터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며 『극한상황에 굴하지 않고 닦고, 다듬고, 축적하면서 준비해온 김당선자를 모시고 훤하게 21세기를 열어야 한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두 사람의 환한 표정 뒤에는 「새로운 각오」같은 것이 엿보이기도 했다. 앞으로 김당선자와 함께 양당의 「DJT공동정권」을 별탈없이 꾸려가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고 앞으로 두 사람의 역할과 행보가 차기정권의 순항 여부를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기정권의 이름은 어디까지나 「김대중정권」. 이 때문에 국민회의 주도의 국정운영에 때로는 제동을 걸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또 나름대로의 위상도 확보해야 하고 「챙길 것」은 확실하게 챙기려고 노력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자민련의 「존립목적」이기도 한 내각제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국민회의측과의 마찰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날 두 사람의 더할 나위없이 기뻐하는 표정에서 이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