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8일 국회의원 입법활동비 인상분 등을 내년 국회예산에서 삭감키로 한 것은 전적으로 비난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일단 「큰 비만 피하고 보자」는 식이어서 또다른 비난을 살 전망이다.
입법활동비 인상시비는 국회가 지난달 26일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과 이에 관련된 국회규정을 개정하면서 비롯됐다. 개정 내용은 내년부터 △4급 상당의 국회의원 보좌관을 1명 증원하고 △국회의원 입법 및 특별활동비를 1인당 1백80만원에서 2백35만원으로 인상(30.5%)하며 △국회의원 보좌직원 보조수당을 5만4천∼9만6천원에서 9만4천5백∼16만8천원으로 인상(75%)한다는 것이었다. 이중 보좌관 증원은 법률, 나머지는 국회규정 개정사안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온 국민이 고통을 분담하자고 하는데 국회의원만 자기들 수당을 인상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더욱이 이석연(李石淵)변호사는 『국회가 입법재량권을 남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까지 냈다.
그러자 각 당은 『입법활동비 인상 등을 보류하겠다』고 해명했고 결국 이날 김수한(金守漢)국회의장 주재로 3당이 국회예산 삭감에 합의했다.
그러나 고친 법률과 규정은 그대로 두고 98년 예산만 삭감함으로써 99년 예산에는 인상분이 자동반영된다. 특히 4급 보좌관 신설건은 3당이 『복수상임위제를 시행하는 98년 6월까지만 유보한다』고 합의, 내년 6월부터는 증원예산(약 80억원)이 집행된다. 헌법소원을 냈던 이변호사는 이에 대해 『국민의 요구는 고친 법률과 규정을 원상회복시키라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헌법소원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송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