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조직한 선거감시기구인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공선협)」에 대한 국고지원 문제를 둘러싼 청와대와 정무1장관실간의 갈등은 상당부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공정선거관리 의지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이에서 비롯됐다.
공선협에 대한 국고지원은 선관위와는 별도로 「제삼자적」 위치에 있는 민간단체의 선거감시활동을 지원, 대선 이후 백서를 발표케 함으로써 불공정선거 시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자는 발상 아래 홍사덕(洪思德)정무1장관이 취임초부터 김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막후에서 추진해왔다.
홍장관은 7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도 공선협에 대한 특별재정지원이 결코 자신의 뜻이 아니라 김대통령의 뜻에 따라 추진해온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가 이날 「장관직」까지 걸며 이 계획의 관철의지를 밝힌 배경에 「공정하고 중립적인 선거관리만이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김대통령과 홍장관간의 「교감」이 깔려 있다는 의미다.
김대통령이 「8.5」 개각에서 92년 대선 때 김대중(金大中) 당시 민주당후보 진영에서 활약했던 홍장관(무소속)을 전격 발탁할 때부터 정치권안팎에서는 김대통령의 의중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관측들이 대두됐었다.
김대통령과 홍장관의 교감에는 시간이 갈수록 선거전이 인신공격적인 양태, 즉 네거티브 캠페인쪽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아무튼 홍장관은 김대통령의 공정한 대선관리 의지를 적극적인 입장에서 해석한 것 같다.
반면 여당과의 관계, 특히 대선공정관리에 큰 비중을 둘 경우 초래될 「오해」를 의식해온 청와대 관계자들은 그동안 김대통령의 공정선거관리의지를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로만 이해하는 등 소극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였다.
다시 말해 대선공정관리와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후보에 대한 지원이 같은 비중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논리다.
이 때문에 공선협을 지원하기 위한 사전협의 과정에서도 청와대 관계자들은 예산배정상의 문제 등 「실무적 난점」을 들어 난색을 표명해왔으며 공선협 지원문제가 급기야 현안으로 부각되자 충돌양상으로 불거진 것이다.
다만 청와대 안에서도 일부 관계자들은 『다소 실무적인 어려움이 있다 해도 공선협에 대한 지원으로 공정선거관리의 결실을 거둘 수 있다면 별 문제는 안될 것』이란 견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김대통령이 이같은 갈등기류 속에서 종국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달려 있으며 이 결정은 대선 정국의 기류에도 작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