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예산안 분석]불황속 씀씀이 그대로…말로만 『긴축』

입력 1997-09-26 20:31수정 2009-09-2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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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98년도 예산안은 예산당국의 주장과 달리 「세입내 세출」과 「효율적인 재정지출」이라는 두가지 원칙에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내년 예산증가율 5.8%는 84년의 5.3% 이후 14년만에 최저 수준. 이처럼 수치상으로는 초긴축 예산이지만 경기불황을 감안하면 오히려 과도한 지출이란 지적이 많다. 살림이 어려운데도 씀씀이는 그대로 유지, 세금만 대폭 올리는 안이한 대책에 그쳤다는 얘기다. 지출명세서를 들여다봐도 인건비 방위비 등 경직성 경비에 치중, 효율성이 오히려 올해보다 떨어졌다. 사업비 지출은 농어촌구조개선과 교육 등 효율성이 떨어지는 분야에 집중돼 있고 지출 우선순위에서 앞선 도로 철도 등 신규사업은 기피한 흔적이 보인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내년 예산은 별다른 혜택 없이 세금만 많이 낸다는 불만이 나올 만하다. ▼줄여야할 곳을 줄이지 못했다〓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겠다는 예산편성 원칙과 달리 인건비와 방위비 등 이른바 「경직성 경비」는 오히려 늘었다. 경직성 경비는 올해 37조3백24억원에서 내년에 39조6백6억원으로 늘어나 일반회계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4.8%에서 55.5%로 커졌다. 정부는 경직성 경비의 비중이 늘어난 것은 방위비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방만한 정부조직을 유지 또는 확대하려는 자세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공무원 임금은 하급직을 중심으로 3% 늘고 증원까지 포함, 전체 인건비는 4.2% 불어난다. ▼정치권 요구에 밀렸다〓「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요구를 최대한 막겠다」던 강경식(姜慶植)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의 약속도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농어촌구조개선사업 7조8천억원, 교육투자 23조6천억원은 당초 예산실의 감축 구상과 달리 한푼도 깎이지 않은 채 그대로 배정됐다. 대통령의 공약사업인데다 표로 직결되는 사안 앞에 「재정효율」논리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교육개혁투자의 경우 국민총생산(GNP)의 5%라는 대통령 공약에 맞추기위해 지방자치단체 부담을 당초 2조4천억원에서 3조4천억원으로 1조원이나 늘렸다. 1조원을 지방채 발행으로 조달하겠다는 게 정부계획. 그간 지방채는 강제배정이나 재정융자특별회계에서 인수해왔다. 재경원은 지방교육자치단체가 지방채를 인수할 것이라는 막연한 대답을 되풀이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사업은 아직 구체적 안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올해보다 9백1억원 증액한 6천1백97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총공사비 17조6천억원가운데 정부가 7조9천억원을 부담하고 6조8천억원은 공단채권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이 채권은 3년거치 일시상환이어서 고속철이 완공되기전에 부채를 갚기 위한 채권을 또 발행,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5%대 예산짜기 고심〓막판에 예산증가율 5.8%에 맞추기 위해 내년에 지출해야 하는 부실채권 정리기금 지원액 5천억원을 올해 산업은행 현물출자로 돌린 것은 예산실의 「야심작」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정부보유 주식매각 물량은 내년에 3천억원으로 올해의 30%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주식매각이란 세외수입이 줄다보니 국민세금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SOC투자 뒷전〓사회기반시설(SOC)투자는 11조2천억원으로 10.8% 늘었지만 올해 증가율 24.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성장기반을 튼튼히하려면 SOC투자를 연간 20%이상씩 늘려야 하지만 선심용 사업에 예산을 돌리다 보니 증가율 둔화가 불가피했다. 사회복지와 중소기업지원은 각각 12.3%, 12.9%씩 늘어나 비교적 많은 지원을 해줬지만 예산의 전체적 모습으로 보아 선심용이란 지적도 나왔다. 〈임규진·백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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