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용태/정보화사회의 대통령

  • 입력 1997년 9월 24일 19시 41분


우리는 지금 답답하다. 오늘의 이 어려운 경제를 구하고 밝은 미래, 선진국이 되는 미래로 시원스럽게 날아오를 수 있는 확고한 비전을 가진 지도자가 나오기를 고대한다. ▼ 마하티르 총리의 노력 ▼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연 7%의 고도성장을 해 왔다. 이중 19%는 노동력의 투입, 58%는 자본 투입, 23%는 생산성 증가의 몫이었다. 그러나 경제여건의 변화 때문에 앞으로 노동력의 증가는 바랄 수 없고 생산성의 증가도 현 경제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 1%선에 머무를 공산이 크다. 무언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일본식 공업화 대신 미국식 정보화로 가야 선진국으로 진입해 볼 수가 있다. 오늘의 문제를 어제의 방식으로 풀려고 해서는 안된다. 이제 세상은 엄청난 변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의 방식을 다음 대통령은 들고 나와야 한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는 새로운 비전을 들고 나와서 말레이시아를 선진국으로 밀고가려 하고 있다. 그는 말레이시아를 21세기의 최선진국으로 만들기 위해서 MSC(Multimedia Super Corridor)정책을 마련하고 자신이 직접 나서서 세계 업계의 지도자들을 설득하고 다녔다. 정부를 전자정부로 만들고, 모든 국민에게 컴퓨터칩이 들어간 카드를 주며, 학교를 정보화하고, 원격보건제도를 도입하되 이 모든 것을 세계에서 가장 앞선 방법으로 할테니 처음부터 같이 하자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IBM 소프트뱅크 브리티시텔레콤 NTT 소니 모토롤라 등은 미래의 시스템을 개발, 실험할 최대의 기회가 왔다며 다투어 이 사업에 참여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미래사회, 미래기술의 변화에 대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나아가 미래를 선점하기 위해 확고한 전략을 세우고 직접 세일즈맨으로 나섰다. 만일 우리나라의 다음 대통령이 이러한 구상과 자세를 갖고 있지 못하면 우리는 앞서가는 말레이시아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위치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역사는 가끔 기회를 준다. 지금 우리나라는 그러한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세계 일등국가가 될 기막히게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첫째, 고속통신망이 모든 가정과 기업과 정부를 연결한 나라―이것이 정보화사회의 최대 요건이다. 우리나라는 다행스럽게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초고속정보망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리가 깔고 있는 케이블TV망이 2000년까지 모든 가정에 보급되면 이것을 고속통신망으로 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모든 가정에서 전화의 1백배에서 1천배의 속도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미국 일본 유럽은 옛날에 낡은 방식으로 케이블 TV망을 깔았기 때문에 방송만 되지 쌍방향통신은 되지 않는다. ▼ 미래도약 비전 제시를 ▼ 둘째,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은 나라이다. 이 교육열을 미래정보화사회를 건설하는 원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 컴퓨터를 필수과목으로 채택하고 대학입시에 이것을 반영하면 우리나라는 컴퓨터를 잘 쓰는 국민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될 수 있다. 셋째, 지금 인천 송도에 첨단 소프트웨어단지인 미디어밸리가 인천시의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이것을 국가원수가 직접 나서서 선진국으로 가는 기지로 삼는 한편 전자정부 정보화학교 정보화농촌 중소기업 네트워크 등을 추진한다면 모든 여건으로 보아 틀림없이 21세기 초에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다음 대통령이 지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사회를 위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 절호의 기회를 살려 희망찬 선진국 건설의 비전을 제시해 줄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용태<삼보컴퓨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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