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총재 『JP, 이젠 마음을 굳히시오』

  • 입력 1997년 9월 23일 19시 55분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가 23일 자민련과의 후보단일화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김종필(金鍾泌)총재에게 회심의 메시지를 던졌다. 양당이 그동안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해온 내각제 개헌 시기에 관한 내용이다. 김대중총재는 이날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내각제 개헌시기에 대해 『융통성있는 자세를 갖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민회의는 16대국회 초에, 자민련은 15대국회 말에 개헌하자고 맞서왔다. 내각제 개헌을 한시라도 앞당기겠다는 자민련과 「국민의 동의절차」를 이유로 이를 늦춰보려는 국민회의가 힘겨루기를 해 온 것이다. 따라서 김총재가 말한 「융통성 있는 자세」란 15대 국회에서 내각제 개헌을 할 수 있다는 전향적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자민련이 「버티기」를 계속하면서 양당 단일화추진위원들 사이에는 15대 국회말 개헌쪽으로 이심전심(以心傳心)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날 김총재의 발언은 아직도 의구심을 갖고 있는 자민련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김총재가 직접 이를 공식추인했다는 의미도 있다. 김총재의 이날 발언은 사전에 준비됐다는 인상이 짙다. 기자회견장에는 김총재가 내각제문제에 대해 모종의 언급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결국 김총재의 발언은 10월중 협상타결을 염두에 두고 마지막 장고(長考)에 들어간 김종필총재의 결심을 굳히기 위한 승부수인 셈이다. 김대중총재는 또 이날 내각제수용에 대해서도 『자민련과 후보단일화협상이 성공하면 내각제개헌을 할 것임을 (자민련측에) 확실히 전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헌시기와 함께 그동안 또 하나의 걸림돌이었던 내각제당론채택 문제도 이미 양당간에 합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제 남은 것은 △내각제의 형태 △내각 지분 △98년 지방자치선거에서의 공천권배분 등과 같은 실리(實利)가 걸린 문제들이다. 자민련은 이 대목에 있어서도 국민회의측에 상당한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회의가 자민련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을지, 또 김총재가 보인 성의가 자민련의 기대치에 얼마나 근접한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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