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가 「단기필마」로 독자 탈당한 뒤동조세력을규합해 신당 창당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사는 그동안 「단독 탈당이냐, 동반탈당이냐」를 놓고 저울질해왔으나 총재직 조기이양추진 등 여권의 재결속강화로 지지세력 확산에 현실적 어려움을 겪게 되자 추석전 조기출마쪽으로 방향을 잡는 듯하다.
이지사 진영에서는 이지사가 지난 8일 지사직 사퇴를 선언하고서도 뚜렷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자 『이러다가는 대선여론의 중심에서 밀려나는 등 실기(失機)한다』는 내부비판이 제기됐었다.
또 지사직 사퇴 이후 빗발치고 있는 여론의 비난도 조기 거취결정의 배경이 됐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이지사측이 현재 꼽고 있는 신한국당내 지지 지구당위원장 24명은 이지사가 출마선언을 하더라도 일단 당에 남아 「당내투쟁」을 벌이며 지지세력을 추가로 결집, 시차를 두고 합류할 것 같다.
창당 요건인 26개 지구당 확보는 10월중 모두 끝낼 것이라는 게 이지사 진영의 설명. 「열린 국민정당」을 지향할 수 있도록 당명을 정하자는 것이 다수의견이며 일각에서는 「이인제를 생각하는 모임」 「이인제 지지 국민서클」 등의 이름도 제기되고 있다. 한때 무소속 출마도 검토됐으나 득표력의 취약성과 정치자금 모금난 등 때문에 채택되지 않았다. 창당자금이 최소한 1백억원 이상 들 것으로 예상하는 이지사 진영은 이미 자금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이지사가 우호세력으로 생각하는 민주계 일부조차도 이지사의 조기 거취결정에 대해 부정적인 게 이지사측 고민이다. 여권이 이회창(李會昌)대표 중심의 단결론을 펴는 상황을 감안, 여론형성의 분기점이 될 추석연휴를 지켜본 뒤 이달말 경 이대표의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을 때 「거사」를 꾀해야 명분도 얻을 수 있다는 게 서석재(徐錫宰)의원 등 민주계 인사들의 생각이다.
민주계는 이지사의 추석전 출마선언이 자신들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분위기다. 후보교체 공론화를 주장해온 서청원(徐淸源)의원은 요즘 「이대표 불가론」에서 아예 한발짝 물러선 상태다.
서의원은 이대표의 지지율이 추석 후에 복원되는 것을 전제로 이대표에게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한편 당 주류측은 여전히 『믿는 데가 있다』며 이지사가 출마하지 못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같은 사정 때문에 이지사가 사실상 출마선언 준비를 모두 끝낸 상황이지만 막판에 자신의 결심을 바꿀 수 있다고 점치는 견해도 없지 않다.
〈이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