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가 느닷없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을 향해 정계개편 및 내각제 개헌, 대통령선거 연기 등을 요구한 5일 청와대측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결론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는 쪽으로 정리됐다.
김총재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인 이날 아침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회창(李會昌)대표가 제안한 「대통합정치」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당기구를 통해 논의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마치 사전교감이 있었던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오전 10시부터 김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보고회의가 끝난 뒤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한 고위관계자는 『「임기내 개헌불가」라는 김대통령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청와대로서는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김총재의 제의를 사실상 일축했다.
청와대가 이같이 결론을 내린 것은 여러차례 「내각제불가론」과 「임기중 개헌불가」의 입장을 밝혀온 김대통령으로서는 스스로 원칙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입장과 김총재와의 연대가 효용성이 있겠느냐는 회의 때문인 듯하다.
한 측근은 『내각제를 전제로 이대표 중심의 「보수대연합」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 등에게 탈당의 명분만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