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최근 시국수습책을 건의하는 보좌진에 『좀 더 생각해보자』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대통령이 국면돌파를 위한 「장고(長考)」에 들어갔다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물론 김대통령의 장고가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 청와대 보좌진도 확신하지 못하는 눈치다. 다만 김대통령이 내주로 예상되는 입장표명을 계기로 「개혁의 마무리」, 특히 정치개혁과 금융개혁을 사심(私心)없이 마무리짓고 싶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정도를 가늠하는 듯하다.
또 「정쟁(政爭)초연」을 선언, 경선과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겠다는 입장은 이미 정리한 듯하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21일 『입장표명이 늦어지는 것은 김대통령이 「과거 정리」보다 「새로운 출발」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金賢哲(김현철)씨 문제나 대선자금에 관한 입장표명이라면 늦어질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은 대선자금 문제 등에 대해 진솔하게 고백한 뒤 사죄하고 국민에게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직접 호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나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말 최우선 과제를 선거제도개혁과 정치풍토개선 등 정치개혁에 두고 이를 주도해 마무리짓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개혁을 여야에 맡겨서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대통령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김대통령은 대통령직속의 「정치개혁위원회」를 구성해 △단기과제로 대통령선거법 및 자금법을 과감히 개선하고 △장기과제로서 국회의원선거제도 및 지방자치단체선거의 개선방안 등을 검토하자는 보좌진의 진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취지야 어떻든 민의의 이반(離反) 때문에 과연 추진력이 있겠느냐는 게 김대통령의 가장 큰 고민인 것 같다.
김대통령의 결심이 늦어지는 것도 결국은 여론이 다소나마 호전되는 시점을 기다리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청와대안팎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