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보트피플]「海上 대탈출」신호인가

  • 동아일보
  • 입력 1997년 5월 13일 0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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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국 김형원씨 두가족 14명의 대량 탈북사태는 북한에서 직접 배를 이용, 남쪽으로 귀순한 최초의 「보트피플」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이점에서 이번 탈북은 북한체제의 위기가 심화될수록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량 탈북사태의 「전주곡」이 될 공산이 크다는게 북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작년말 김경호씨 일가족 등 17명에 이어 지난 1월 김영진씨 가족 등 8명이 귀순하는 등 잇따른 가족단위 탈북사태와 전 북한 노동당비서 黃長燁(황장엽)씨의 망명과 맞물려 북한체제가 내부적으로 급속도로 와해되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현재 金正日(김정일)중심의 북한체제가 안고 있는 불안정한 속사정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이같은 분석은 한자릿 수에 머물던 탈북자수가 金日成(김일성)이 사망한 94년을 기점으로 두자릿 수로 급증한데다가 일가족 중심의 대량 탈북이 눈에 띄게 늘어난 통계치가 뒷받침해주고 있다. 김정일이 체제유지의 보루인 군부를 중심으로 권력상층부를 장악, 권력승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지방말단이나 하부 조직들은 내부 기강해이로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바다를 통한 탈북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허술한 해안경비를 단적으로 보여준 증거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북한체제가 안고 있는 국가관리의 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식량 및 에너지난이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5년 수해이후 완전복구가 안된 상태에서 식량난은 거의 한계상황에 다다른 느낌이다. 현재 하루평균 배급량이 1백g으로 줄어든데다가 그마저도 하루씩 건너뛰는 초긴축 정책으로 연명하는 상황에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게 방북자들의 증언이다. 이에 따라 최소한 생명유지를 위해 탈북은 아니더라도 식량 등을 구하기 위해 수시로 국경을 몰래 넘나드는 북한주민의 수가 급증, 중국과 심각한 외교적 마찰까지 빚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체제고수를 위해 불가피하게 강행중인 군사력 증강에 따른 민생경제의 파탄은 북한체제의 위기심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소련 및 동구사회주의권의 잇따른 붕괴로 외교적 채널이 막히기 시작한 것도 북한지도부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키는 계기가 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따라서 현재 김정일의 공식적인 권력승계를 앞둔 분위기 조성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급증하고 있는 일반주민들의 이같은 반감을 무마할 수 있는 돌파구 마련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정연욱기자〉 [주요 탈북 귀순 일지] △87.2.8〓김만철씨 일가 11명 △91.5.2〓고영환씨(주콩고대사관 1등서기관) △91.8.4〓이창수씨(유도선수) △94.3.20〓여만철씨 일가 4명 △94.5.7〓황광철씨 형제 등 3명 △94.7.18〓조명철씨(김일성대 교수) △94.7.27〓강명도씨(강성산총리 사위) △94.8.13〓이철수씨 일가 3명 △94.10.23〓조창호 소위 △95.3.27〓오수룡씨 일가 6명 △95.10.11〓용성무역합영부장 최주활 상좌 △95.12.12〓최세웅씨(외환딜러)일가 4명 △96.1.7〓최수봉씨(잠비아주재 북한 대사관 3등서기관 현성일씨 부인) △96.1.15〓시베리아 벌목공 박일섭 이송남 이학봉씨 △96.1.23〓현성일씨 △96.1.30〓제삼국에 체류중이던 이성현씨(40·대동강건설회사 운전수)등 4명 △96.2.25〓김영국씨(21·평북오산노동자구), 중국에서 한국 전진호에 밀항 △96.3.18〓독립국가연합(CIS)으로 탈북했던 노동자 이태영 윤성철씨 △96.4.30〓CIS로 탈북했던 정재광씨(35·치과기공사) △96.5.8〓제삼국으로 탈북했던 이정국(30·북한군장교) 서병림씨(34) △96.5.23〓이철수씨(30·공군대위) 미그19기 몰고 수원비행장 안착 △96.5.7〓정갑렬씨(국가과학원 과학자)홍콩에서 입국 △96.5.31〓장해성씨(중앙방송 라디오드라마 작가) △96.6.4〓국경경비대소속 상등병 우광빈씨(22), 중국에서 한국선박 천인호로 밀항 △96.6.30〓정순영(37·미용사) 박철(15) 박영미씨(19)일가족 △96.7.11〓최승찬씨(29·제38항공여단 근무 후 상사제대)군사분계선 통해 귀순 △96.7.22〓고준씨(29·평남 양덕군 자재공급소 인수원) 제삼국 통해 귀순 △96.7.24〓박철호씨(41)군사분계선 월경 귀순 △96.8.16〓○○○하사(22)군사분계선 월경 귀순 △96.8.21〓광산 건재공장 노동자 윤경석(35) 동용섭씨(52) △96.9.27〓이종현씨(29·노동장·황해북도 곡산군) 인천항으로 밀항 △96.10.13〓곽경일중사(민경대대 소속)군사분계선 월경 귀순 △96.10.28〓허창걸(47·약제사) 금순씨(17)부녀 △96.12.9〓김경호씨 일가족 등 17명 홍콩 경유 귀순 △97.1.22〓서해상에서 김영진씨(50·문덕요양소 과장)가족 4명과 유송일씨(46·오중흡대학 후방관리과장)가족 4명 표류중 구조, 귀순 △97.2.27〓이주선씨(25·여·원자력총국노동자) 비무장지대 동부전선 통해 귀순 △97.3.2〓강철호씨(29·노동자) △97.3.17〓신동혁씨(35·러시아 벌목공) 등 러시아벌목공 4명 △97.3.27〓김재원씨(59·의사)부부 등 7명 홍콩 통해 귀순 △97.4.20〓황장엽 김덕홍씨 북경주재 한국대사관통해 망명 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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