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표-두 野총재「강연 대결」…東大서 1시간간격 연설

  • 입력 1997년 3월 31일 19시 48분


[정용관기자] 여야 3당 대표와 총재들이 청와대 영수회담을 하루 앞둔 31일 「종교와 정치」를 화두로 강연 대결을 벌였다.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총재는 이날 서울 소피텔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동국대 승가총동문회 초청강연에 참석, 각자의 시국관을 피력했다.이들이 한자리에서 강연한 것은 처음이었지만 강연시간이 1시간 정도씩 차이가 있어 마주치지는 않았다. 강연의 주제는 같았으나 내용은 사뭇 달랐다. 이대표는 「정치논의 지양」, 김대중총재는 「경제살리기」, 김종필총재는 「내각제개헌」 등을 각각 강조했다. 먼저 이대표는 『지금 우리는 정치이슈나 국가통치제도 등을 논의하느라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면서 『나라가 위태롭고 경제가 어려우며 민생이 도탄에 빠져 있는 지금 무엇을 보고 지켜야 하는지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대표는 그러면서 『요즘처럼 혼돈과 어둠이 가득한 국난의 시기에는 다시 한번 국가의 통일과 번영에 온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대중총재는 이날 강연에서도 『경제위기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심리적 공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한보는 한보대로 철저히 파헤치되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여야관계를 초월,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총재는 『종교가 정치에 직접 간여해서는 안되지만 정치가 올바로 가도록 교화하고 잘못하면 비판도 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종교는 국민이 올바른 주권행사를 할 수 있도록, 정당이 깨끗한 선거를 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종필총재는 시종 내각제 개헌의 필연성을 강조했다. 김총재는 『한보사태와 대통령의 아들 문제는 무소불위한 대통령의 절대권력이 만들었다. 92년 대선의 총 비용이 최소한 1조6천5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다』며 대통령제의 폐해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행정 입법 사법의 3권을 틀어쥐고 제왕적 위치에서 군림하면 독재와 부패는 필연적으로 빚어지게 마련』이라면서 『당리당략이 아닌 구국적 차원에서 연내 내각제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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