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총재 회견]『「내각제」 이제 때가 됐다』

  • 입력 1997년 3월 29일 20시 15분


[이철희기자] 29일 金鍾泌(김종필)총재의 기자회견 주제는 「경제」가 아닌 「정치」였다. 그것도 최근 정치권에 불붙은 내각제논의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정치현안을 타개하기 위해 「여야 중진회담」을 제의, 내각제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는 내각제카드를 매개로 여야를 넘나드는 정치협상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공표한 셈이다. 여기에는 내각제협상의 주요파트너였던 국민회의측에만 매달리지 않겠다는 의미도 들어있다. 물론 당내에는 그렇게 세게 나갈 만큼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내각제개헌, 나아가 연내 개헌은 「3김의 대타협」이 없이는 어려운 만큼 어느 한쪽이라도 지나치게 자극하면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따라서 김총재의 회견은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의 경제영수회담 제의에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맞장구」를 치고 나선데 대한 불만의 표시라고 좁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자민련도 현상태에서 내각제논의를 본격화하자는 것은 비난을 받을 수도 있음을 알고 있다. 자민련 스스로가 한보와 「金賢哲(김현철)정국」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데 「난데없이 웬 경제살리기냐」며 국민회의 김총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김총재는 『이제 시간이 됐다고 본다』며 이번 청와대 영수회담에서 김대통령과 김대중총재에게 확실한 압박을 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비록 즉각적인 성과는 기대하지 않지만 직접 상대의 심중을 탐색할 수 있고 단호한 반대입장이 안나온다면 그 자체로서 큰 성과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또 청와대에서는 별 성과가 없을지 몰라도 여권의 몇몇 대선주자나 국민회의 내부의 내각제 지지론자들에게 자극을 줄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내각제 원조(元祖)」로 자처하는 김총재는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고 잠재적인 동조세력을 노출시켜 이제 막 불이 붙은 내각제 논의에 기름을 붓는 호기로 만들자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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