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망명]北,조총련「망명 보고」『헛소리』일축

  • 입력 1997년 2월 15일 20시 19분


[박제균 기자] 지난 12일 북한노동당 국제담당비서 黃長燁(황장엽)의 전격망명이 알려지자 통일원과 안기부의 고위당국자들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權寧海(권영해)안기부장은 14일 통일원간부들과의 오찬에서 『황비서가 망명할 것으로 예견,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원의 한 고위당국자도 『지난달부터 북경(北京)에서 북한 고위인사의 망명설이 떠돌았으며 「망명이 있다면 황장엽일 것」이란 얘기가 통일원 간부들 사이에 있었다』고 말했다. 북경에서는 황장엽이나 동반망명자 金德弘(김덕홍)이 작년초부터 한국기업인 등을 접촉하고 있다는 말이 돌았고,이와 함께 황의 망명설도 꽤 퍼졌다고 한다. 그런데도 북경에 수백명의 당간부 무역상사원 종업원 등을 파견하고 있는 북한이 이를 전혀 몰랐다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관계소식통은 황이 작년초부터 金正日(김정일)주변의 신진실세들로부터 배제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황이 그런 처지였다면 북한당국의 감시가 더욱 철저해졌을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더욱 두꺼워진 감시와 소문의 벽을 뚫고 어떻게 망명기도가 가능했을까. 정부당국자들은 북한체제의 신경조직 마비를 가장 큰 이유로 본다. 실제로 지난12일오후 황장엽 망명을 한국 TV들이 긴급 스폿뉴스로 보도하자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이를 북한에 보고했으나 북한측은 『그럴리 없다』『헛소리다』고 일축했다는 것. 또한 북경주재 북한대사관은 황이 12일 오후4시 북경발 평양행 열차에 타지 않았는데도 「탑승했다」는 전문을 쳤다고 한 소식통이 전했다. 국가 신경체계가 이 지경이라면 황장엽의 이상징후가 포착됐더라도 정밀하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을 것이란 게 대다수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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