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특혜대출의혹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설연휴가 끝난 다음주초부터 진행될 정치권과 관계(官界)인사들에 대한 본격수사를 앞두고 수사대상자를 압박하기 위한 「그물망짜기」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검찰이 6일 金時衡(김시형)산업은행총재 등 전현직 은행장 3명을 소환,조사한 것도 바로 정치권 수사를 위한 사전포석이다. 이날 소환된 은행장들에 대한 조사는 대출커미션보다는 대출압력을 받았는지와 대출압력을 행사한 정치권과 관계인사가 누구인지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崔炳國(최병국)대검중수부장은 『김산은총재 등은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했으며 조사후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든지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수사의 초점이 대출압력에 맞춰져 있음을 분명히 했다.
검찰은 또 그동안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이 『수억원대의 거액을 제공했다』고 진술한 정치권인사들에 대한 광범위한 내사도 병행하고 있다.
검찰이 우선 주목하고 있는 것은 정치권인사들에게 돈이 건네진 시점. 한보측이 긴급하게 금융기관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필요로 했던 시점과 정치권인사들에게 돈이 건네진 시점이 대략 일치할 경우 대출압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돈이 건네진 시점이 언제였느냐」가 혐의사실을 입증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돈을 건넨 시점이 각종 선거가 있기 전이라든지 둘러댈 핑계가 있는 경우에는 혐의입증이 쉽지 않다는 것이 검찰의 자체적인 분석이다.
물론 평소에 수시로 정치자금을 대주면서 은행대출이 필요한 결정적인 시점에 대출청탁을 하는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곤란하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다음으로는 실제로 대출압력이 있었는지 여부다. 검찰은 이를 밝혀내기 위해 은행장들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이 부분을 집중조사했으며 李炯九(이형구)전산은총재 등 일부 은행장으로부터 간접적인 시인정도의 진술밖에 받아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인사에 대한 검찰의 내사는 6일 현재까지도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정총회장의 진술이 애매하거나 오락가락해 대출압력행사에 대한 조사에서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는 것. 자신이 거액을 건네준 정치권과 관계인사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했지만 제공액수나 경위 등에 대해서는 일관성이 없거나 애매하게 진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총회장이 검찰에 출두하기 전에 미리 어느 정도까지 진술할 것인지를 계산하고 온 것 같다』며 『미리 짜 맞춰놓은 진술의 허점을 파고들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지금까지의 수사결과 경제부처의 고위관료 여권실력자 야당고위인사 등 5,6명으로 수사대상을 압축했다』며 『조만간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