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정국/청와대 해법]당정개편, 할수도…안할수도…

  • 입력 1997년 2월 4일 20시 34분


[김동철 기자] 한보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하는 등 사태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접어들면서 청와대 분위기가 완연히 달라졌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이미 며칠째 외부행사 일정을 거의 잡지 않고 있다. 4일에도 李壽成(이수성)국무총리의 주례보고 이외에 공식일정은 아무 것도 없었다. 김대통령은 이번 설연휴를 예년과 달리 청남대가 아닌 청와대에서 보내기로 했다. 시국돌파를 위한 물밑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비서실도 과거에 볼 수 없었던 긴장감이 감돈다. 金光一(김광일)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들도 기자들과 가급적 만나지 않겠다는 자세다. 청와대의 분위기가 이처럼 달라진 것은 한보사태이후 민심이반현상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 때문인 듯하다. 야권이 연일 김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퍼붓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신한국당내에서도 초선의원 모임인 「시월회」가 난상토론을 통해 당풍쇄신을 요구하는 등 청와대는 문자 그대로 사면초가(四面楚歌)상태다. 그동안 청와대 관계자들은 야권의 공세에 대해 『무책임한 정치공세』라면서 역공으로 맞섰다. 그러나 신한국당내에서 갖가지 내홍(內訌) 조짐이 나타나는 등 내부 결속력이 현저히 떨어지는데 대해서는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시월회에서 제기한 내용은 민주정당에서 나올 수 있는 얘기』라고 말하면서도 초선의원들이 요구한 대선후보 조기가시화와 당정개편 대목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한보사태에 대한 검찰수사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사후 수습책을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여권 일각에서 강하게 나도는 당정개편설에 대해 뭔가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청와대가 직면한 현실이다. 현정권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민심을 되돌릴 마땅한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당정개편이 하나의 유력한 카드라는 점을 청와대 관계자들도 인정한다. 그러나 당정개편이 신한국당의 차기대통령후보 조기가시화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노동법 파문에 이은 한보사태로 임기말 권력누수현상(레임덕)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후보를 조기에 결정하는 것이 과연 국면 진정과 난국수습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게 청와대 일각의 우려다. 아무튼 당정개편이든 후보조기가시화든 김대통령이 국면전환을 위해 무슨 카드를 빼들 것인가는 1차적으로 검찰수사 결과가 나오고 또 국민 여론이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윤곽이 잡혀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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