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인질극]협상 답보…강경진압 시사

  • 입력 1996년 12월 20일 19시 33분


【리마(페루)〓李圭敏특파원】페루의 리마 일본대사관저 인질사건은 발생 나흘째인 20일(이하 현지시간) 페루정부와 게릴라간의 두번째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페루정부가 강경진압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48시간이 이번 사태의 최대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페루의 현지방송인 「라디오프로그라마스 델 페루」는 이날 『페루정부가 19일 오전 열린 비상각료회의에서 죄수들을 석방하라는 인질범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페루정부의 한 고위인사는 현지 외교관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질수가 많아 범인들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앞으로 48시간이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루정부가 협상창구를 열어놓고 있는 것은 적절한 시기를 찾기위한 것』이라고 부연, 상황진척에 따라 하루 이틀 사이에 정부군에 의한 인질구출작전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번사태와 관련해 19일 리마에 급파된 曺基成(조기성)아르헨티나주재 한국대사도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대통령이 반군에 굴복할 경우 정권이 붕괴될 상황이어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李元永(이원영)대사 등 한국인 2명의 석방을 낙관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페루정부의 이같은 강경방침은 미국 영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테러행위에 대해 범인들과 「흥정」하지 말 것을 강력히 종용하고 있는데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은 특수요원 지원의사를 밝힌데 이어 리마 주재 미국대사관에는 미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을 비롯한 전문가들로 특별대책본부를 설치 운영하고 있고 영국과 독일도 본국에서 대(對)테러 전문가들을 급파해놓고 있다. 그러나 현지 외교관들은 19일 리마에 도착한 이케다 유키히코(池田行彦)일본외상과 후지모리대통령의 면담이 최종적인 페루정부의 방침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케다외상은 회담직후 양국 정부는 무엇보다 인질의 안전을 중시하면서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일본언론이 20일 보도했다. 일본은 그동안 인질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강경책보다는 협상을 통한 해결을 요청해왔다. 이에앞서 리마의 라 리퍼블리카지는 후지모리대통령이 인질들과 교환조건으로 40명의 죄수들을 석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했었다. MRTA게릴라들은 19일 오후6시 일본인 등 4명을 석방, 현재 대사관저에 억류돼 있는 인질은 최소한 28개국 3백75명으로 모두 남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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