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호 파문]검찰 李씨 소환 의미-배경

  • 입력 1996년 10월 25일 08시 49분


검찰이 수사 착수 엿새째인 25일 李養鎬전국방장관을 구속하기로 방침을 정함으로써 李전장관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검찰이 李전장관을 전날밤 전격 소환하게 된 것은 95년 3월 경전투헬기사업과 관련해 李전장관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당시 대우중공업 石鎭哲사장과 鄭虎信전무(현 부사장) 등에 대한 조사에서 李전장관의 수뢰혐의가 어느 정도 밝혀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들로부터 「李전장관에게 직접 뇌물을 주었다」는 딱부러진 진술은 받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李전장관이 혐의를 부인하지는 못할 정도의 진술은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무기중개상 權炳浩씨에게 현금 1억5천만원씩이 담긴 돈가방 2개를 건네주었으며 이중 하나는 李전장관에게 전달해달라며 준 것』이라는 鄭전무의 진술에 비추어 李전장관에게 1억5천만원이 건네졌을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한 것. 그리고 그동안의 수사과정에서 李전장관의 주장에 허점이 있는 부분을 상당부분 확인했고 이를 들이대면 李전장관이 혐의사실을 자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비록 불완전하지만 지금까지의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李전장관을 추궁하면 어렵지 않게 자백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李전장관 소환은 이번 수사의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중국에 머물고 있는 무기중개상 權씨가 여러차례에 걸친 귀국종용에도 불구하고 『귀국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혀온 것도 더 이상 李전장관 소환을 미룰 수 없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검찰은 또 23일 밤 李전장관의 부인 金惠淑씨를 소환조사한 결과 『權씨의 부인이 盧素英씨에게 李전장관의 공군참모총장 진급을 청탁하기 위해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반지를 선물할 때 동석했었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더욱 자신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李전장관에 대한 철야조사 초기에는 李전장관이 뇌물수수 사실을 강력히 부인해 수사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었다. 이에 따라 뇌물수수혐의에 대한 수사에 결정적인 진전이 없을 경우 李전장관이 權씨에게 건네준 「전투기결함유무 자동점검장치」와 관련한 영문메모건으로 구속하는 문제도 고려됐으나 공무상비밀누설죄를 적용할 수는 있지만 이것만으로 구속까지 하는 것은 무리라는 내부결론을 내렸었다. 〈金正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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