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로 기체 빨려들어가는 과정 첫 관측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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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참여 연구진 M87 블랙홀 촬영
광자고리 바깥쪽 부착원반 밝혀내
물질 토해내는 제트도 동시 포착

연구진이 공개한 상상도.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연구진이 공개한 상상도.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블랙홀은 강력한 중력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흡수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주변 물질을 ‘빨아들이는’ 모습이 드러난 적은 없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은 블랙홀이 주변 기체를 먹어치우는 모습을 확인해 26일(현지 시간)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했다고 27일 밝혔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블랙홀이 근처의 기체들을 중력으로 끌어들이고 이 과정에서 기체의 회전이 빨라지며 ‘원반’ 형태로 빛을 낸다고 예상해 왔다. 기체가 블랙홀에 빨려들어 가며 원반 형태의 빛을 남기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성과는 이론과 간접적 증거만 제시되던 블랙홀의 강력한 흡수 과정에서 생기는 ‘부착원반’을 영상으로 포착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빨려간 물질은 돌아올 수 없는 블랙홀의 새까만 중심부인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다. 연구에서는 블랙홀이 기체를 빨아들일 뿐만 아니라 일부 물질을 ‘토해내는’ 모습도 확인됐다. 이 모습은 관측된 이미지에서 보랏빛으로 나타나는데 기체와 액체 등 물질의 빠른 흐름인 ‘제트’로 불린다.

지구에서 5400만 광년 떨어진 ‘M87’ 은하의 블랙홀이 주변 기체를 흡수하는 모습인 ‘부착원반’과 블랙홀이 토해낸 물질인 ‘제트’를 직접 촬영한 사진. 사진 중 확대된 부분이 부착원반이며 오른쪽으로 흩어지는 부분이 제트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지구에서 5400만 광년 떨어진 ‘M87’ 은하의 블랙홀이 주변 기체를 흡수하는 모습인 ‘부착원반’과 블랙홀이 토해낸 물질인 ‘제트’를 직접 촬영한 사진. 사진 중 확대된 부분이 부착원반이며 오른쪽으로 흩어지는 부분이 제트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이번에 분석된 블랙홀은 2019년 인류가 최초로 관측한 블랙홀이다. 지구에서 5400만 광년 떨어진 ‘M87’ 은하에 있다. 연구진은 당시보다 더 긴 파장대를 가진 망원경을 사용해 정밀 분석했다. 파장대가 길면 같은 대상이어도 더 넓은 주변 범위까지 관측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 관측에서는 블랙홀 중심부와 가까운 ‘광자고리’만 나타났지만 최근 관측에서는 중심부보다 더 멀리 떨어진 바깥쪽 부착원반의 빛도 함께 관측됐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블랙홀#m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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