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 1급 이수찬씨, 초중고 ‘검정고시 만점’ 3관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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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이영양증 앓아 눈으로 공부-시험
“법학 공부해 장애인 인권 도움줄것”

“도전해 보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저와 비슷한 아픔을 가진 분들도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희망을 버리지 않길 바랍니다.”

충북 옥천군 옥천읍에 사는 이수찬 씨(33·사진)는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이다. 혼자 힘으로 걸을 수도 없다. 이 씨는 신체적 악조건을 이겨내고 지난달 9일 충북도교육청이 시행한 2022년 제1회 고졸 검정고시에서 만점을 받았다. 지난해엔 중졸 검정고시, 2020년엔 초졸 검정고시를 치러 모두 만점을 획득했다.

이 씨에게 시련이 닥친 건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근육이 무너지는 ‘근이영양증’ 진단을 받은 뒤 다리가 휘어지기 시작했고 팔도 서서히 마비됐다. 지금은 산소 호흡기 없이는 호흡도 할 수 없는 상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둔 이 씨는 침대에 누워 하루 종일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2020년 총선 투표를 하기 위해 초등학교를 찾았다가 공부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수험 기간 어머니 최선미 씨(58)와 옥천장애인자립센터 활동보조도우미가 수험서 책장을 넘겨주면 이 씨가 ‘눈’으로 공부를 했다. 7과목을 치르는 고졸 검정고시는 이 씨가 답을 말하면 감독관이 OMR 답안지에 마킹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런 대독·대필 시험은 과목당 시험 시간을 10분 연장해 주지만, 이 씨는 연장 없이 모든 문제를 풀어 만점을 받았다. 이 씨는 “대학에서 법학 공부를 해 장애인 인권 개선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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