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대통령 열 분 촬영… 권력무상 실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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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된 사람들’ 김녕만 사진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류가헌 갤러리에서 김녕만 사진가가 자신이 찍은 ‘김영삼 퇴임식’ 작품 앞에 서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류가헌 갤러리에서 김녕만 사진가가 자신이 찍은 ‘김영삼 퇴임식’ 작품 앞에 서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979년 고 박정희 대통령 장례행렬을 바라보는 인파를 찍었을 때 권력무상을 실감했습니다. 이때부터 40년간 카메라에 담은 대통령이 모두 열 분이 됐네요.”

서울 종로구 류가헌 갤러리에서 사진전 ‘대통령이 된 사람들’을 열고 있는 김녕만 사진가(73)가 말했다. 동아일보 사진기자를 지낸 그는 1994년부터 청와대를 출입하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을 담았다. 2001년 동아일보에서 퇴직한 뒤에도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운동 현장을 촬영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0년 5월 11일 전북 정읍에서 열린 동학제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7년 어린이날을 맞아 제기차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12월 17일 16대 대통령 후보 시절 서울 서초동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위쪽부터 시계방향). 김녕만 사진가 제공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0년 5월 11일 전북 정읍에서 열린 동학제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7년 어린이날을 맞아 제기차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12월 17일 16대 대통령 후보 시절 서울 서초동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위쪽부터 시계방향). 김녕만 사진가 제공
전시는 60점의 사진으로 구성됐다. 커다란 집무실에 홀로 앉아 있는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염색을 하지 않아 검은 머리가 흰머리로 변해가는 김영삼 대통령의 모습은 절대 권력자의 고독과 함께 그들 역시 시간을 비껴갈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해학의 시각도 엿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유세 중 허리를 굽혀 연단 아래 지지자들과 악수할 때 그의 허리를 꼭 붙잡은 경호원, 김영삼 대통령의 옷소매를 마구 잡아끄는 ‘겁 없는’ 어린이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가장 눈에 띄는 사진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1998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을 초대한 백악관 만찬장에서 백 씨의 바지가 갑자기 흘러내려 하반신을 그대로 노출한 장면을 김 씨만 포착했다. 성 스캔들로 곤란을 겪던 클린턴 대통령 앞에서 벌인 깜짝 퍼포먼스가 분명하다는 것이 김 씨의 해석이다. 백남준과 전시회를 함께 열 정도로 가까웠던 김원 건축가는 이번 전시회를 찾아 “백남준 선생이 생전에 ‘멜빵을 풀고 클린턴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직접 말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선거 열기가 달아오른 요즘, 역대 대통령들을 가까이에서 바라본 김 씨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화두가 있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거리다.

“대통령이 된 뒤 국민과 가까이 있는 사진, 그 자리에서 내려온 후에는 봉사현장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런 모습이 이어진다면 한국의 대통령도 진정한 시대의 아이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0일까지.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김녕만 사진가#대통령이 된 사람들#역대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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